“복지통해 아이를 낳게 하려면 선물보다 출산 장애물 없애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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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인구통계학자 타이털바움 하버드大 연구원

대한민국은 합계출산율 1.19명(2013년)인 ‘저출산 대표 국가’다. 이대로 가다간 2700년경에는 한국 사회가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무서운 예측도 나온다.

세계적 인구통계학자인 미국의 마이클 타이털바움 하버드대 로스쿨 선임연구원(70·사진)은 1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현재 상황이 이어질 때를 가정한 예측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역전의 기회는 언제든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미국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올해의 주목할 인물’로도 꼽힌 타이털바움 박사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인구학회 주최로 16일 열린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했다. 타이털바움 박사와 함께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진단해 봤다.

―대한민국, 2700년까지 무사할 수 있나.

“당연하다. 이런 비슷한 예측은 과거에도 많았다. 대표적인 국가가 프랑스다. 19세기 말부터 출산율이 2명 아래로 떨어지던 프랑스는 ‘이대로 가다간 프랑스가 없어질 것’이라고 염려했다. 출산율이 높았던 이웃 나라 독일이 프랑스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현재 프랑스는 합계출산율이 2명을 넘어섰고 독일은 1.4명에 불과하다.”

―나라마다 지리적, 정치적 조건 등은 다를 텐데…. 한국의 문제는 무엇인가.

“한국의 젊은층은 경제성장의 의도치 않은 피해자이기도 하다. 지난 몇십 년간 임금은 올랐지만 집값은 더 치솟았다. 아무리 작은 평수라도 신혼부부가 집을 사기란 쉽지가 않다. 보육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맞벌이 부부라면 아이가 학교를 일찍 마치더라도 방과 후 돌봐줄 수가 없다. 구직난도 상당하다. 출산을 가로막는 요소가 너무도 많다.”

―저출산 고령화가 현재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나.

“대표적인 문제가 세대 간의 갈등이다. 한국에는 6·25전쟁 이후 세대인 베이비붐 1세대(1955∼63년생), 그리고 그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2세대(1979∼83년생) 간의 대립이 있다.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를 부양해야 할 의무감도 적은 편이다. 게다가 이미 직장을 잡고 있는 윗세대와 구직난을 겪는 젊은층은 서로 갈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듯 사회는 주로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마련이다. 노년층이 많아질수록 사회의 절대 다수가 되는 그들을 위한 선거 공략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출산율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지금 상태로 계속 간다면 낙관하기 어렵다.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사회 기본계획 정책을 들여다보면, 온갖 좋은 정책들을 모아둔 종합세트 같다. 이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주된 원인을 찾아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신혼부부 전세금 대출 지원 등과 같은 정책은 잘만 시행되면 저출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타이털 바움#출산#인구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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