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타 테이트미술관장 “미술이 왜 삶에 필요한지 알리는게 미술관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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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하는 예술경험’ 포럼 참석한 세로타 테이트그룹 총관장

니컬러스 세로타 영국 테이트미술관장은 “선구적 가치를 가진 예술은 차세대 후발주자가 완성해 뒤늦게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큐레이터의 임무는 그 시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움 제공
니컬러스 세로타 영국 테이트미술관장은 “선구적 가치를 가진 예술은 차세대 후발주자가 완성해 뒤늦게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큐레이터의 임무는 그 시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움 제공
“미술 좋아하는 사람 중 극소수만 미술관을 찾아온다. 미술이 왜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지 설득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이 시대 미술관의 임무다.”

유럽을 대표하는 미술관을 26년째 이끌고 있는 수장은 ‘자기반성’부터 강조했다. 런던 테이트모던을 비롯해 4개 미술관을 운영하는 테이트그룹의 니컬러스 세로타 총관장(68)이 2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확장하는 예술경험’ 포럼장을 찾았다. 이번 포럼은 개관 10주년을 맞은 리움과 창설 20주년째인 광주비엔날레가 공동 개최했다. 기조강연을 마친 세로타 관장을 따로 만났다.

―10년 뒤의 미술관은 어떨까.

“관람객의 기대가 미술관의 변화를 앞지를 거다.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가상현실 기술이 원동력이 될 것이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여주는 것과 별개로 웹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미 무겁다. 물론 예술과 미술관의 기본적 욕망은 실제 작품을 사람들과 만나게 하는 것이다.”

―고해상도 이미지를 먼저 접하는 것이 작품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줄 위험은 없을까.

“실제 작품과 만나 감각적 경험을 쌓은 시간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오늘 나의 가장 큰 행복은 사진으로만 봐온 청자 백자 작품 실물을 눈앞에 마주한 시간이었다. 웹 이미지는 때로 특정 시각을 유도한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가 미술관에 와서 직접 작품을 보고 싶게 만드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패션업체가 사람들에게 ‘내년에는 이 옷 입으라’며 유행을 만드는 것처럼 ‘가치 있는 미술’에 대한 대중의 판단을 미술관이 미리 정해버리는 건 아닐까.

“패션회사의 모든 제안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처럼 미술관의 모든 제안이 관객의 호응을 얻지는 못한다. 외면 받는 아티스트가 훨씬 더 많다. 대중의 감정을 잘 자극하는 예술가가 당대에는 성공하기 쉽다. 그렇다고 예술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죽은 뒤 깨끗이 잊혀지는 스타 예술가? 부지기수다. 미술관과 큐레이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숨은 보석을 가급적 일찍 찾아내는 일이다.”

―한국 방문은 두 번째다. 2년 전 테이트모던 신관 ‘더 탱크스’ 개관 기념전의 첫 작가로 한국의 김성환 작가를 선택했다. 한국 미술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한국 예술계는 에너지가 충만하다. 30, 40년 사이 이우환 등 중요한 한국인 예술가가 등장했고 서구 예술계도 그들의 작업을 인정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를 장기 집권으로 이끌고 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그만두고 미술사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놀라 뒤집어지셨다. 미술관 운영자금 고민 때문에 결국 평생 경제학과 함께했지만. 미술관 운영의 가장 큰 열쇠는 컬렉션이나 돈이 아닌 ‘사람’이다. 작품에 앞서 사람을 잘 이해하고 연결하는 것이 미술관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미술관#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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