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보다 한국영화를 더 사랑한 이방인, 독립영화상 만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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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美 파켓 씨 4월 1일 ‘들꽃영화상’ 9개부문 시상

달시 파켓 씨는 “이 독립영화상이 미국의 선댄스영화제처럼 독립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달시 파켓 씨는 “이 독립영화상이 미국의 선댄스영화제처럼 독립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벽안의 외국인이 독립영화상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는 미국인 달시 파켓 씨(42)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가 조직위원장을 맡아 ‘들꽃영화상’을 제정한다고 발표했다.

파켓 위원장은 “한국 영화 몇 편에 출연하면서 영화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는데 특히 독립영화는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상이 만들어지면 독립영화 관객도 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육상효 감독의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등에 출연했다.

영화상의 이름에 대해 그는 “독립영화는 들꽃처럼 다양해서 좋다”며 “들꽃은 장미 같은 화려한 꽃들에 비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혼자 잘 큰다. 그래서 상의 이름으로 썼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서울 중구 문화예술산업융합센터에서 열리는 제1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비롯해 9개 부문을 시상한다. 최우수작품상 후보에는 ‘가시꽃’ ‘러시안 소설’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를 포함해 7편이 올랐다. 후보작의 조건은 지난해 극장 개봉한 독립영화로 관객과 영화 전문가 150여 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후보작을 선정한다. 수상작은 평가단과 다른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참여한 종합평가 70%, 관객의 온라인 투표 결과 30%를 합산해 결정한다. 영화상 운영위원회에는 오동진 영화평론가과 이현정 감독이 참여한다.

파켓 위원장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 출신으로 인디애나주립대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 한국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한했다가 정식 취업비자를 받고 서울에 정착했다. 고려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그는 한국 영화에 빠져들어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웹사이트(www.koreafilm.org)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영화 잡지 스크린 인터내셔널과 버라이어티의 한국 특파원으로 활동했고, 2001년 한국인 연현숙 씨와 결혼했다.

파켓 위원장은 요즘도 매주 한국 영화 3, 4편을 본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비롯해 150편이 넘는 영화의 영문 자막 제작에 참여해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도 도왔다. 그는 “한국 영화는 다른 나라 영화에 비해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이 다른 나라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라 강렬한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오동진 평론가는 “한국 영화계가 못한 일을 외국인이 했다는 점에서 부끄럽고 고맙다”며 “첫 회는 상금이 없다. 영화상 운영비는 건전한 자본을 구성해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달시 파켓#독립영화#외국인#제1회 들꽃영화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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