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만에 공개된 종가의 맛 “원더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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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중 종가 전주 학인당서 첫 팸투어… 음식 25가지 국내외 인사들에 선보여

29일 전주 한옥마을 학인당에서 국립농업과학원이 마련한 ‘종가음식개발 및 관광자원화 모델 개발을 위한 팸투어’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다양한 수원 백씨 종가 음식을 시식하고 있다. 전주=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29일 전주 한옥마을 학인당에서 국립농업과학원이 마련한 ‘종가음식개발 및 관광자원화 모델 개발을 위한 팸투어’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다양한 수원 백씨 종가 음식을 시식하고 있다. 전주=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종가음식의 수줍은 외출.’

수백 년간 대문 안에 숨어 있던 한 집안의 종가음식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국립농업과학원은 29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내 수원 백씨 백낙중 종가인 ‘학인당’에서 국내외 인사를 초청해 ‘종가음식 개발 및 관광자원화 모델 개발을 위한 팸 투어’ 행사를 가졌다. 종가음식이 과연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느냐를 시험하기 위해 농업과학원과 경희대 및 호서대 외식경영학과 등이 손잡은 것.

팸 투어 참가자들은 ‘온고푸드’사가 국내외 인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으로 모집했다. 외국인으로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중국 싱가포르 호주 영국 등에서 온 여행객이거나 국내 거주자 12명이 참가했다. 국내에서는 대학교수 디자이너 여행칼럼니스트 요리사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전주 한옥마을을 둘러본 뒤 1908년 궁궐양식으로 지어진 학인당에서 종부 서화순 씨(54)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 조선시대 때 영빈관으로 사용됐고 백범 김구 선생도 머물렀던 학인당 대청마루에서 판소리 공연 등을 감상했다.

메인 행사는 이 집안 종가음식 체험. 먼저 종부 서 씨가 집안 대대로 내려온 음식과 스토리, 그리고 숙성과 발효, 그리고 조리과정을 설명했다. 상차림은 식전 메인 기본쟁첩(찬) 후식으로 구분됐다. 음식은 유기반상세트에 담았다.

우선 식전주와 대하잣즙무침 흰살생선전이, 메인으로는 청주와 떡갈비 송이버섯구이, 차조밥과 쇠고기 맑은 뭇국, 고들빼기김치가 나왔다. 이들 요리에는 50년 숙성된 집안 씨간장을 소스로 사용했다. 월과채와 더덕구기, 생합작, 한채가 찬으로 놓였고, 후식으로는 역시 집안에서 생산 발효시킨 달빛차가 나왔다. 후식 포함해 총 25가지.

프랑스 출신 모니크 레브랑시 씨(47)가 “고들빼기의 맛이 특이하다”며 만드는 과정을 묻자 서 씨는 “야생초로 만든 약선 요리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가을무를 채로 썰어 연분홍 석류즙과 잣으로 버무린 한채에서는 참가자들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한 상차림 기본에 추가 음식이 하나씩 제공되는 동안 아름다운 고명과 깊은 맛에 참가자들은 감탄했다. 경희대 김태희 교수(외식경영학과)는 “전주의 종갓집 맛과 멋이 은은하게 녹아 있는 음식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단순히 배를 채워주는 먹을거리가 아닌 오감과 감성을 자극하는 체험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식이 끝나자 종가음식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국립농업과학원 한귀정 가공이용과장은 “최근 대대손손 전해져 온 지역 종가음식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번 팸 투어에서 토의된 내용을 토대로 종가음식 관광자원화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바로잡습니다]

◇30일자 A26면 ‘수백 년 만에 공개된 종가의 맛…’ 기사 가운데 학인당 종부 ‘서인화 씨’를 ‘서화순 씨’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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