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이와 태상이 마마를 잘 치르고 80세까지 산다고하니, 이런 경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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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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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 새해덕담 한글편지 공개

인선왕후(효종비)가 딸 숙휘공주에게 보낸 새해 덕담 편지. 딸이 앓던 병에서 회복된 것을 기뻐하고, 손자들이 천연두를 이겨내고 80세까지 산다며 완료형으로 표현했다. 계명대 제공
인선왕후(효종비)가 딸 숙휘공주에게 보낸 새해 덕담 편지. 딸이 앓던 병에서 회복된 것을 기뻐하고, 손자들이 천연두를 이겨내고 80세까지 산다며 완료형으로 표현했다. 계명대 제공
“인상이와 태상이 등은 이마에 마마(천연두) 반점이 돋아 붉은 팥 한 쌍을 그린 듯이 마마를 잘 치르고 80세까지 산다고 하니, 사람에게 기쁘기는 이 밖에 더한 일이 없으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으리.”

인선왕후(효종비)가 딸 숙휘공주에게 보낸 새해 덕담 편지다. 인선왕후는 편지에서 손자인 인상이와 태상이를 거론하며 이들이 천연두를 이겨내고 80세까지 산다고 완료형으로 표현했다. 숙휘공주는 MBC 드라마 ‘마의’에도 등장(김소은 분)하는 역사 속 인물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생활사연구소는 조선 왕실에서 새해 덕담을 나눈 한글편지를 지난해 12월 31일 공개했다. 눈에 띄는 점은 새해 인사를 이미 일어난 사건뿐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라도 바라는 바를 마치 확정된 사실인 양 완료형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선 제19대 왕 숙종은 고모 숙휘공주에게 보낸 새해 덕담 편지에 “아주머님(고모님)께서 새해에는 오랜 병(宿病)이 다 쾌차하셨다 하니 기뻐하옵나이다”라고 썼다. 명성왕후(현종비)는 셋째 딸 명안공주에게 쓴 편지에 “새해부터는 무병장수하고 재채기 한 번도 아니하고 푸르던 것도 없고 숨도 무궁히 평안하여 달음질하고 날래게 뛰어다니며 잘 지낸다 하니 헤아릴 수 없이 치하한다”며 딸의 건강을 기뻐했다.

한편 오늘날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나 “부자 되세요” 같은 새해인사를 많이 하는데, 전통적으로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명령형 인사말은 쓰지 않았다고 한중연은 설명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조선왕실#인선왕후#숙휘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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