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털웃음 남기고 떠난 ‘신바람 건강 전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황수관 박사 1945∼2012

온 국민이 외환위기로 힘겨워 하던 1998년 ‘신바람 건강론’으로 힘을 불어넣어 주었던 황수관 연세대 외래교수. 동아일보 DB
온 국민이 외환위기로 힘겨워 하던 1998년 ‘신바람 건강론’으로 힘을 불어넣어 주었던 황수관 연세대 외래교수. 동아일보 DB
“자, 웃으세요. 웃어야 건강해집니다.”

이렇게 말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던 그를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신바람 웃음전도사’로 널리 활동해온 황수관 연세대 외래교수가 30일 급성 패혈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 국민에게 ‘신바람’ 불어넣고…

이달 초까지만 해도 황 교수는 특별히 아픈 곳 없이 바쁜 강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의 곁에서 10년간 보좌한 손재환 비서실장은 “지병 없이 건강했고 친구들과 통화하면서도 ‘건강해야 한다. 건강 잘 챙겨서 오래 살자’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의 건강에 이상이 감지된 건 이달 11일. 경기 군포시 자택에 머물던 중 몸에 열이 나고 숨이 가쁜 증세를 보였다. 황 교수는 이튿날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았다. 간이 세균에 감염돼 고름이 생기는 간농양 진단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생명에 위협이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 병이 급성 패혈증으로 번져 황급히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황 교수는 간간이 호전 기미를 보이다 27일 의식을 잃은 뒤 깨어나지 못하고 사흘 만에 숨을 거뒀다. 병원 측은 황 교수의 사망 원인이 급성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 동생 황수덕 씨는 “형이 입원실에 누워있는 동안에도 ‘나 곧 일어날 거야’라면서 가족들 건강을 챙겼다”며 울먹였다. 황 교수는 1998년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독특한 목소리와 특유의 입담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나는 오늘도 행복한 사람’ ‘신바람나면 살맛납니다’ 등의 책을 내는 등 ‘신바람 전도사’로 활동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웃으면 행복하다’를 주제로 건강과 행복에 관해 강연했다. 황 교수는 대구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국민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 부소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 16대 총선 때 새천년민주당 홍보위원장을 맡았고 2007년 한나라당 상임고문과 뉴라이트정책포럼 공동의장을 지냈다. 최근까지는 새누리당 상임고문이었다.

유족은 아내 손정자 씨와 딸 명아 진아 씨, 아들 진훈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02-2227-7550)이며 발인은 1월 1일 오전 10시다.

○ 공포의 질병 패혈증

황 교수의 사인이 된 패혈증은 미생물에 감염된 혈액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확산돼 치명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폐렴 뇌막염 복막염 등으로 장기가 감염되면 미생물이 혈액에 침투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패혈증에 걸리면 세균에 감염된 피가 몸 곳곳을 돌며 독소를 뿜어내 장기가 손상된다. 건강한 사람은 혈액 내 백혈구가 몸속 세균을 없애주지만 면역력이 극도로 약해진 고령의 중환자는 속수무책이다. 노인이 되면 폐렴의 원인이 되는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고, 간단한 외상이라도 소독약으로 빨리 치료해야 어느 정도 패혈증을 예방할 수 있다. 다발성 장기부전은 몸속 장기들이 멈추거나 둔해지는 증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패혈증 환자는 연간 3만5000∼4만 명. 전 세계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매년 2000만 명에 달해 선진국에서도 공포의 질병이다.

김준일·이샘물 기자 jikim@donga.com
#황수관 박사#부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