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자기 기준에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서울여대 바롬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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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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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들 대상 무료강좌

서울여대 1, 2학년은 학기 중에 교육관에서 합숙하며 인성교육 수업을 듣는다(위쪽 사진). 51년의 인성교육 노하우는 고교에도 알려준다. 아래쪽 사진은 17일 고교생들이 손을 잡고 옆 사람에게 훌라후프를 전달하는 ‘비경쟁 협동놀이’. 서울여대 제공
서울여대 1, 2학년은 학기 중에 교육관에서 합숙하며 인성교육 수업을 듣는다(위쪽 사진). 51년의 인성교육 노하우는 고교에도 알려준다. 아래쪽 사진은 17일 고교생들이 손을 잡고 옆 사람에게 훌라후프를 전달하는 ‘비경쟁 협동놀이’. 서울여대 제공
김은수 강사가 사진을 보여줬다. 남자 간호사, 여자 격투기선수, 남자 전업주부…. 그러고는 말했다. “여러분이 경험한 편견은 어떤 게 있나요?”

고교생들이 대답했다. “여자는 청순가련하고 요리를 잘해야 한다는 거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거요.”

강사는 “사람은 저마다 다른 만큼 남을 자기 기준에 맞추려고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훈범 군(16·경기 파주 세경고 1학년)은 “어머니와 누나, 반 친구들이 남자니까 혼자 하라고 할 때 부담을 느끼곤 했다. 앞으로는 그런 편견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하겠다”고 했다. 같은 학교의 김세음 양(16)도 “부자는 돈이 많은 거지 꼭 잘 사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바롬인성교육관에서 진행된 인성교육 현장. 기자가 찾은 17일에는 세경고와 서울 용산구 서울디지텍고의 1, 2학년 1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법도 논의했다.

서울여대는 올해 교육과학기술부로터 ‘입학사정관제 고교-대학 연계 선도모델’ 1위로 선정되면서 이처럼 고교생에게도 인성 교육을 시킨다. 지금까지 16개 고교가 참여했다.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인성을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관련 프로그램을 만든 고교는 드물기 때문이다. 교육비는 무료다.

서울여대의 인성교육은 개교(1961년)와 함께 시작됐다. 고(故) 고황경 초대 학장이 ‘인간이 바로 돼야 지식과 기술도 인간 행복에 바로 쓰인다’고 강조해 전교생이 4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다. 공동체 속에서 같이 살 때 올바른 가치관도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방식의 교육은 서울여대가 처음이었다.

입학생이 늘면서 교육관에서 지내는 기간은 2년, 1년, 한 학기로 점점 줄었다. 그러다가 1992년부터 1학년은 1학기에 3주간, 2학년은 2학기 때 2주간으로 정했다. 학생들은 오전 7∼8시에 원어민의 영어수업을, 오후 7∼9시에는 인성교육을 받는다. 그 중간에는 학과강의를 듣는다. 저녁에는 9∼16명이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다.

1학년 대상 교육(바롬인성교육 Ⅰ)은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확인하고 자기 꿈을 확립하는 데 역점을 둔다. 자신의 장점과 성격을 알아보고 꿈과 롤모델을 정하는 식. 마지막 날에는 교가합창대회를 연다.

홍순혜 바롬인성교육원장은 “내가 속한 조직을 사랑해야 여기서 배우는 내용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휴학률이 높은 일부 학과는 바롬인성교육을 학기 초에 받게 해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2학년 대상의 교육(바롬인성교육 Ⅱ)에서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예를 들어 △효과적인 의사전달 △공감 경청 △협상과 설득. 3학년 때는 16주간 글로벌시민소양을 쌓기 위한 프로젝트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중어중문학과 김보영 씨(21)는 “대학에 오면 술 먹고 놀면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기 쉬운데, 나와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런 교육과 합숙에 어색해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방을 써본 경험 자체가 거의 없어서 더욱 그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해지면서 정을 나누고, 남을 배려하는 데 익숙해졌다.

2학년의 한 학생은 “고등학생 때 엄마가 돌아가신 뒤 가족의 따뜻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여기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구 언니들이 반겨줘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재수를 해서 어린 친구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걱정됐는데,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최예나·이샘물 기자 yena@donga.com
#서울여대#바롬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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