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악기와 친구된 36명 어린이들… 12월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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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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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도환이, 연주로 웃음 찾았죠”

지수, 재근이, 도환이(위부터)가 현악기를 연주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지수, 재근이, 도환이(위부터)가 현악기를 연주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서울 서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행복자람교실(www.nanumart.com)은 나눔교육을 실천해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주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올해 3월부터 동아일보가 초빙한 전문 연주자 8명으로부터 바이올린과 첼로 등 악기를 배우고 있다. 악기와 친구가 돼 악보를 보고 동요를 연주할 만큼 발전했다. ‘어린이 연주자’ 36명은 12월 17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펼칠 발표회를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바이올린을 배운 후 달라진 나의 모습. 친구를 많이 사귀게 됐다. 말을 먼저 건네게 됐다. 자꾸자꾸 바이올린을 하고 싶다….’

베트남 출신 엄마를 둔 지수(9·여)의 감상문 일부이다. 또박또박 써내려간 아이의 글에서 자신감이 묻어난다. 바이올린을 처음 손에 잡은 6개월 전을 돌이켜보면 지수의 변화는 놀랍다. 지수는 유독 낯가림이 심했다.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와 함께 온 수업 첫날, 지수는 음악교실 앞에 책가방을 팽개치고 달아나 버렸다. 그 다음에도 “하기 싫다”며 떼를 쓰고 울면서 할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러기를 수차례. 악기를 배우기 힘들어 보였다. 거의 한 달이 지나 지수의 마음을 잡아 준 것은 바이올린 선생님의 칭찬 덕분이었다.

“(아이들을) 잘 따라갈 수 있어. 거 봐, 잘할 수 있잖아.” 이 한마디에 자신감을 얻은 아이는 또래와 스스럼없는 사이가 돼 할머니가 대견해하는 ‘바이올린 손녀’로 거듭났다.

비올라를 배우는 도환이(12)의 변화도 눈부실 정도다. ‘울보 도환이.’ 아이에게 별명처럼 따라다니던 수식어였다. 어릴 적 엄마와 떨어져 지냈다는 도환이는 자기주장은 강한 반면 자신을 표현하거나 남을 이해하는 데는 서툴렀다. 그 탓에 친구와 말다툼이라도 하면 분을 이기지 못해 울음부터 터뜨리곤 했다.

그러던 도환이가 악기를 배운 뒤 차분해지면서 배움에 욕심을 내는 아이로 변했다. 얼마 전에는 자신이 다니는 아동센터 인근 교회의 작은 발표회에서 첼로를 배우는 동생 용환이(10)와 함께 연주해 엄마를 울리고 말았다.

장애로 몸이 불편한 엄마 권미애 씨(40)는 “짧은 동요였지만 악보를 보고 소리 내는 게 너무 신기하고 대견해 눈물이 절로 났다”고 했다. 권 씨는 형제가 매주 수요일 합주레슨을 마치면 서로의 장단점을 평가하고 즐거워한다며 자기 악기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전했다

산만하고 화를 잘 내던 재근이(12)의 성격도 바이올린 소리만큼이나 부드러워졌다. 바이올린 선생님에게 대들고 친구와도 싸워 아동센터 선생님을 난처하게 한 아이가 센터 동생들을 챙기며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은 기특하기만 하다.

처음 바이올린을 배울 때 자세가 힘들었다는 재근이는 “선생님들처럼 멋지게 연주하고 싶다”며 12월에 오를 무대에 자신감이 조금 붙었다고 했다. 아이들의 변화에는 악기 연주에서 얻는 성취감뿐만 아니라 음악교실에 배어 있는 화합과 예절교육도 한몫하고 있다.

“음악교실은 아이들의 작은 공동체이자 학교 같은 곳이잖아요. 자기 책과 노트 정리도 안 하던 아이들이 스스로 악보와 악기를 정리하는 모습에서 새삼 음악교육의 힘을 느껴요.”(김선덕·여·비올라 교사)

아이들의 정서 안정을 돕는 음악교실은 다문화 및 아동센터 교사에게도 기쁨을 준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광암지역아동센터 이명숙 센터장은 “아이들 공부를 가르치고 상담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곳이 음악교실”이라며 “현악 4중주, 거문고 4중주 등 전문연주자들의 음악교실 공연은 녹음해서 다시 들을 만큼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런 만큼 음악교실이 지속됐으면 하는 게 엄마들의 바람이다. 바이올린을 배우는 가영이(5·여)의 중국 출신 엄마는 오른 전세금 때문에 최근 서울 서대문구 다문화센터에서 멀리 떨어진 구로구 오류동으로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이었다. 고심하던 엄마는 생각을 고쳐먹고 어렵사리 센터 인근에 방을 구했다. 모두 딸아이의 바이올린 교육을 위해서였다.

6개월이 지나는 동안 36명 중 한 아이도 이탈하지 않은 행복자람교실. 아이들의 자부심, 엄마 그리고 선생님들의 열정이 담긴 곳이다.

박길명 나눔예술 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나눔예술#연주회#행복자람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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