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당파싸움하다 당했는데 요즘도… 참 개탄스럽소”

  • Array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 ‘이등병출신 투스타’ 최갑석 예비역 소장의 정치권 향한 쓴소리

이등병에서 시작해 소장까지 진급했던 최갑석 씨가 19일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6·25 전쟁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인=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이등병에서 시작해 소장까지 진급했던 최갑석 씨가 19일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6·25 전쟁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인=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6·25전쟁도 북한이 당파 간 싸움에 빠져 있던 남한의 정국을 파고들어 일으켰는데 요즘도 당시처럼 여야가 싸우는 것을 보면 위정자들의 의식 수준이 참 개탄스럽소.”

이등병에서 육군 소장으로 진급해 대한민국 군인 역사의 신화로 꼽히는 최갑석 예비역 소장(83)은 18일 경기 용인시의 자택에서 이뤄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25전쟁과 대한민국의 현재’에 대한 질문에 분노에 찬 눈빛을 거두지 못했다. 예편한 지 29년 지난 장군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쩌렁쩌렁했다.

국군 창설 전인 1947년 이등병으로 조선경비대에 입대해 이후 육군에서 36년 10개월을 근무하며 소장까지 진급한 그는 최장기 근속 기록과 최다 계급 진출 기록을 세웠다. 최다 병과 근무에 베트남전 등 6곳을 참전한 최다 전투지역 참가자이기도 하다.

최 전 소장은 1945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논산 연설을 듣고 군 입대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우리 민족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매일 당파싸움만 하다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했는데 농사짓는 시골 청년이던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줬다”고 했다. 1947년 조선경비대 모집 공고를 보고 자원입대한 그는 여순사건과 전방부대 38선 월북사건에서 공을 세우며 1950년 일등상사로 진급했다. 이어 6·25전쟁에서는 우수 병사에게 주어지는 현지임관(전쟁 중 별도의 과정 없이 지휘관 재량으로 임관하는 것)을 통해 소위로 진급한 뒤 이후 1978년 소장까지 진급해 1983년 예편했다.

최갑석 장군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1974년 육군 준장 임명장과 1978년 소장 임명장. 용인=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최갑석 장군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1974년 육군 준장 임명장과 1978년 소장 임명장. 용인=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최 전 소장은 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 25일을 어제 일처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제2대 총선을 앞두고 4월부터 비상경계령을 내렸던 국군은 총선 후 6월 23일 경계령을 해제했다. 그는 “국민은 당파싸움에 지쳐 있었고 비상경계령이 해제된 24일에는 병력의 3분의 1이 휴가와 외출 등으로 병력이 흩어진 상태였다”며 “그 틈을 타고 괴뢰군(북한군)이 쳐들어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권에선 ‘먹고살 걱정’을 뒤로하고 좌·우로 분열돼 대립과 반목을 계속했고 거기에 국민도 휩쓸려 곳곳에서 분쟁이 일어났다”며 “왜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하는지 당시의 역사가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역 후에도 재향군인회 특별안보계도위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최 전 소장은 “안보교육을 나가 초중고생들에게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아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하는 현실에 한탄할 때가 많다”며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어른들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역사 교육을 도외시한 탓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전 소장은 6·25전쟁이 있기 직전의 혼돈 상태와 비교해 지금의 한국 사회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능한 정치인들이 당파싸움을 벌이다 종북(從北)주의에 물든 국회의원까지 탄생했다”며 “지금의 정치판은 정말 황당하다”고 한탄했다. 이어 “6·25전쟁, 천안함 사태와 같은 ‘북한 침략의 역사’를 잊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때 다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전역군인#최갑석#국방#6·25전쟁. 호국의 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