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신뢰… 자본주의 룰 지키니 대박”… 어느 탈북여성의 코리안 드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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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커머스로 명동 미용거리 평정

7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명동은 오가는 수많은 인파와 이 인파를 붙잡으려는 상인들의 목소리로 왁자지껄했다. 명동은 옷 가게도 많지만 피부 관리와 같은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 새터민 출신 김미영(가명·42) 사장은 이곳에서 ‘수 에스테’라는 피부 관리소로 ‘대박’을 터뜨렸다. 가게는 명동 구석에 있었고, 가게 앞에는 근처에서 피부 관리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이 전단을 뿌리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고객들은 전단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3층에 있는 가게로 곧장 올라갔다.

150cm가량 되는 아담한 체구의 김 사장은 열성 고객을 확보한 비결에 대해 묻자 “모두 소셜커머스로 확보한 고객”이라고 답했다. 소셜커머스는 일종의 인터넷 공동구매로 판매자가 물건을 올린 뒤 일정 인원수 이상이 제품을 사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제품을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자상거래다. 소셜커머스는 스마트폰 사용이 본격화되며 유행했기 때문에 인터넷 강국이라는 국내에서도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다.

새터민인 그는 2007년 5월에 탈북해 인터넷을 처음 접했다. 수에스테는 원래 전신 피부 관리 서비스를 4만 원에 제공한다. 다른 가게는 유사한 서비스를 6만∼7만 원대에 판다. 김 사장은 “원래도 싸지만 다른 남한 사장들처럼 인맥이나 자본력이 있었던 게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 손해를 좀 보더라도, 가게를 찾은 손님들을 단골 고객으로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11년 7월 그렇게 원래 가격의 절반 이하인 1만8900원에 서비스 이용권을 내놓았더니 800장이 팔렸다. 두 번째에는 판매량이 1900장으로 늘었다. 이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쿠폰을 판매하는 다른 피부관리 가게(평균 100장 판매)와 비교해 훨씬 많은 수다. 최근까지 쿠팡을 통해 쿠폰을 8번 팔았는데, 판매량이 회당 750∼2200장에 이르렀다. 소셜커머스로 올린 매출만 1억3000만 원 수준이다.

그는 “손님은 예전보다 3, 4배 수준으로 늘었고, 매출은 60∼70% 증가했다”며 감격했다. 탈북자라는 핸디캡을 정보기술(IT)로 극복한 것이다. 그는 “소셜커머스로 쿠폰을 산 소비자들은 정상가보다 싸게 샀다는 이유로 서비스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우려한다. 그래서 더 신경을 썼더니 한 번에 60장, 80장씩 쿠폰을 사는 고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평가를 주위에서 받는다. 그는 창업을 하기 전에 다른 가게에 취업해 9개월가량 일하면서 가게 운영 노하우를 익혔다. 소셜커머스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악성 댓글도 눈여겨본다. 발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북한에서 음악 교사였다. 적응이 어려웠을 법도 한데 “남한에서는 택시(기회)를 잡기가 어려워도 일단 잡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아예 잡을 택시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이 소셜커머스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소셜커머스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경우 장부가 ‘너무’ 투명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버는 만큼 내는 게 의무이고, 그래야 길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임수경 의원의 “변절자” 발언을 들었을 때 심정이 어땠느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이번 일이 있기 전에 다른 야권 인사가 우리를 변절자로 불렀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삶의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들을 매도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탈북자#코리안드림#소셜커머스#뷰티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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