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장기 첫 동시이식… 소녀, 다시 숟가락을 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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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천성 장폐색증후군 7세 조은서 양 ‘먹는 꿈’ 이뤄

일곱 살 은서 양(왼쪽)은 희귀질환으로 소화기능이 거의 없어 음식을 토하기 일쑤였다. 장기 7개를 동시에 이식받아 앞으로는 남들처럼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오른쪽은 수술을 담당한 서울아산병원 김대연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일곱 살 은서 양(왼쪽)은 희귀질환으로 소화기능이 거의 없어 음식을 토하기 일쑤였다. 장기 7개를 동시에 이식받아 앞으로는 남들처럼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오른쪽은 수술을 담당한 서울아산병원 김대연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친구들처럼 햄버거를 맘껏 먹어 보고 싶어요.”

남들에겐 아주 하찮아 보이는 게 소망인 아이. 일곱 살 된 조은서 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먹은 것은 거의 모두 토해냈다. 겨우 먹은 음식도 30%만 흡수해 부족한 영양분은 주사제로 보충해야 했다. 선천성 희귀질환인 만성장폐색증후군이다.

전국에 환자가 10여 명에 불과하다. 1년 생존율 87%, 4년 생존율 70%다. 완치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장기이식. 그러나 은서는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 등 고장 난 7개의 소화기계 장기를 모두 이식받아야 한다. 듣기만 해도 꿈같은 얘기다. 그런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꿈이 현실이 됐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소아외과 김대연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12일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7개의 장기를 동시에 조 양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장기 제공자는 뇌종양을 앓다 뇌압이 높아져 뇌사에 빠진 6세 여아로 알려졌다.

이날을 위해 김 교수는 2년 전부터 조 양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하고 복강 내 거의 모든 장기를 떼어내고 이식하는 다장기이식 수술을 준비해왔다.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배 안의 거의 모든 장기를 떼어낸 뒤 동시에 ‘새 장기’를 이식해야 하는 고난도의 수술. 3개 이상의 장기를 동시에 이식한 국내 사례가 없을 정도다. 그만큼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조 양은 수술 후 2주째부터 음식을 먹었다. 한 달 후부터 영양주사를 끊고 식사만으로 영양을 공급했다. 2개월째인 지난해 12월에는 일반 병실로 옮겼고, 이달 20일경 퇴원을 앞두고 있다.

[채널A 영상]“7살 은서 꿈 찾다”…7개 장기 동시이식 성공

김 교수는 “소아 장기이식은 혈액형이나 장기 크기 문제 때문에 성인 장기이식보다 훨씬 어렵고 성공 확률도 낮다”며 “다행히 조 양의 경우 장기를 기증한 뇌사자와 나이가 비슷하고 혈액형이 같아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양의 어머니 김영아 씨는 “은서가 천천히 밥 먹는 연습을 하면서 웃음을 되찾았다. 정말 꿈만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렇게 어려운 수술을 마다하지 않은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생존 확률이 낮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완치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 한 수술이었다”며 “은서가 유치원과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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