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겐 아주 하찮아 보이는 게 소망인 아이. 일곱 살 된 조은서 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먹은 것은 거의 모두 토해냈다. 겨우 먹은 음식도 30%만 흡수해 부족한 영양분은 주사제로 보충해야 했다. 선천성 희귀질환인 만성장폐색증후군이다.
전국에 환자가 10여 명에 불과하다. 1년 생존율 87%, 4년 생존율 70%다. 완치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장기이식. 그러나 은서는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 등 고장 난 7개의 소화기계 장기를 모두 이식받아야 한다. 듣기만 해도 꿈같은 얘기다. 그런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꿈이 현실이 됐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소아외과 김대연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12일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7개의 장기를 동시에 조 양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장기 제공자는 뇌종양을 앓다 뇌압이 높아져 뇌사에 빠진 6세 여아로 알려졌다.
이날을 위해 김 교수는 2년 전부터 조 양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하고 복강 내 거의 모든 장기를 떼어내고 이식하는 다장기이식 수술을 준비해왔다.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배 안의 거의 모든 장기를 떼어낸 뒤 동시에 ‘새 장기’를 이식해야 하는 고난도의 수술. 3개 이상의 장기를 동시에 이식한 국내 사례가 없을 정도다. 그만큼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조 양은 수술 후 2주째부터 음식을 먹었다. 한 달 후부터 영양주사를 끊고 식사만으로 영양을 공급했다. 2개월째인 지난해 12월에는 일반 병실로 옮겼고, 이달 20일경 퇴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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