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 인양 경험으로 천안함 ‘쌍끌이’ 인양 제안”

  • Array
  • 입력 2012년 1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29년간 항공기 사고현장 누빈 박준홍 前 공군 안전검열조사관 퇴임

지난해 말에 정년퇴임한 박준홍 전 공군작전사령부 안전검열조사관. 공군 제공
지난해 말에 정년퇴임한 박준홍 전 공군작전사령부 안전검열조사관. 공군 제공
“전투기 사고 현장의 잔해만 봐도 사고 원인을 대체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종사와 정비사가 모두 사고 원인을 납득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분석을 해야 하죠.”

지난해 12월 31일 만 58세로 정년퇴임한 공군작전사령부 박준홍 전 안전검열조사관은 공군의 첫 사고조사총괄반장이었다. F-4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을 시작으로 3년간 항공기 사고 조사를 담당했다. 2002년 11전투비행단 부단장(대령)을 마지막으로 전역한 뒤에는 9년간 21건의 군용기 사고 조사를 총괄했다. 박 전 조사관은 “현역 시절부터 사고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사고를 예방해 헛된 죽음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전역 당시 정년이 많이 남았지만 안전검열조사관 자리가 생긴다기에 미련 없이 군복을 벗었다”고 말했다.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에서 어뢰 잔해를 건져 올리기 위해 쌍끌이 어선을 사용한 것도 박 전 조사관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2006년 동해에 추락한 F-15 전투기의 잔해를 수심 370m의 해저에서 끄집어내는 데 쌍끌이 어선을 처음 사용했다. 천안함 사건 민군합동조사단은 그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어뢰 추진동력장치 등 주요 잔해를 찾아냈다.

박 전 조사관은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 1984년과 2007년 각각 추락사고로 숨진 박명렬 소령-박인철 대위 부자의 순직을 꼽았다. 그는 “박 소령의 사고 당시 같은 편대군에서 전투기를 몰았고, 아들 박 대위의 사고는 직접 조사했다”며 “우리 조종사들은 비행기를 끝까지 살려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 탈출을 늦추다 숨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박 전 조사관은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아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그는 “앞으로 개발도상국에서 항공기 조종 자원봉사를 하거나 요양보호시설에서 일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