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화재 43명 인사동에 떴다 ‘2011 여름, 天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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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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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한번 공개시연회
18일까지 기능 예능 선보여

서울 인사동에 우리 시대 명장(名匠) 43명이 떴다. 문화재청이 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1, 2, 3층에서 열고 있는 ‘2011 여름, 천공(天工)을 만나다’ 전시에는 주말인 9, 10일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천공은 ‘하늘의 조화로 이루어진 재주’라는 의미로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른 장인의 솜씨를 말한다.

흔히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중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이 1년에 딱 한 번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기능과 예능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에는 중요무형문화재 32개 공예종목 43명이 참가했다. 장인들은 오전 10∼12시와 오후 2∼4시 두 차례씩 시연에 나선다.

9일과 10일 시연을 한 명장은 한지장 홍춘수, 조각장 김철주, 금박장 김덕환, 매듭장 김희진, 소목장 박명배, 악기장 고홍곤, 갓일 강순자, 망건장 강전향, 나주 샛골나이(무명을 길쌈하는 기술) 노진남 씨 등 9명. 오랜 연륜과 인고의 수련을 나타내듯 얼굴에는 깊은 주름살이 새겨져 있었고, 손가락 마디마디에는 굳은살이 훈장처럼 박여 있었다.

한지장 홍춘수 선생은 전시장에 재현된 공방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한지를 떠냈다. 관람객들은 홍 선생이 숙련된 동작으로 한지를 만들어 내는 모습에 탄성을 내질렀다. 흥이 난 홍 선생은 “한지는 일본의 화지나 중국의 선지에 비해 강도와 질감, 색이 모두 뛰어난 선조들의 소중한 유산”이라고 자랑했다.

문하생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나무 자르기, 대패질, 결구 시범을 보여준 소목장 박명배 선생은 “모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전시가 열려서 그런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많이 들른다. 이런 기회가 좀 더 많아져 전통 공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또 매듭장 김희진 여사와 망건장 강전향 여사의 전광석화 같은 손놀림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침선장 구혜자 여사가 만든 앙증맞은 아기 누비버선에서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모처럼 인사동에 나들이 왔다가 전시장을 찾은 오명석 조성숙 씨 부부는 “모든 전시작품이 인간문화재들의 고통스러운 인내의 산물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주관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 따르면 2011년 6월 말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은 모두 114종목. 음악 17종목, 무용 7종목, 연극 14종목, 놀이와 의식 24종목, 무예 1종목, 공예 기술 49종목, 음식 2종목이다.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의 문화 체험 학습으로 최적의 전시다. 무료.

오명철 문화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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