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박물관 개관 10주년]한국 근현대사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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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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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명 찾아 100여년 시간여행

국내 첫 신문 전문 박물관인 ‘신문박물관’(프레시움·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이 15일로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동아일보가 설립한 신문박물관은 2000년 12월 15일 개관한 이래 모두 5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 중 어린이 기자 체험 등 신문박물관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관람객이 13만 명에 이른다.

가족단위 관람객도 꾸준히 늘어나 최근에는 전체 관람객 중 20%를 차지하고 있다. 12일 울산에서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은 송현정 씨(39)는 “한 번 스쳐 지나가는 TV와 달리 아이들이 신문을 통해 본 내용들을 더 오래 기억하고, 신문을 통해 사회에 관심도 갖게 된다. 신문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경험해 보고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도 직접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 함께 왔다”고 말했다.

2005년 청계천 복원 이후 신문박물관은 가족단위 관람객이 들르는 필수코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12일 청계천을 둘러보러 왔다가 신문박물관을 찾은 조현주 씨(43)는 “이렇게 가까이에 한국의 근현대사를 훑어볼 수 있는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앞으로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에 적힌 한자 읽을 수 있는 사람?” “저요, 저요.” 경기 고양시 오마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신문박물관을 찾아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여기에 적힌 한자 읽을 수 있는 사람?” “저요, 저요.” 경기 고양시 오마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신문박물관을 찾아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상명대 한국언어문화교육원도 어학연수를 온 학생들과 함께 학기마다 신문박물관을 찾는다. 매 학기 중국 태국 몽골 등에서 온 외국인 40여 명이 신문박물관을 다녀간다. 한국언어문화교육원의 최은정 외래교수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흥미롭게 설명해줘서 학생들에게는 한국어 듣기 훈련과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함께 접할 기회가 된다. 한국의 신문 방송 관련학과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외국 학생들에게는 전공 탐색과 관련해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문박물관은 현재 5만여 점의 신문 관련 유물과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1883년 한성순보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한국 신문의 역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000년 1월 1일자 세계 각국의 신문 120여 종도 볼 수 있으며 신문 1면을 통해 본 한국 사회사, 신문디자인 신문광고 신문만화와 인쇄기기 등도 전시하고 있다.

2000년 개관 이후에도 호외나 취재수첩 등 2만1864점의 자료가 늘어났다. 1955년부터 1992년까지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여러 신문과 호외를 중심으로 자료 1만4000여 점을 수집해 2006년 신문박물관에 기증한 김문식 씨(74)는 “평생 한 장도 빠짐없이 모은 소중한 자료를 나 혼자 소유하기보다는 박물관에 기증해 여러 사람이 함께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와 신문 배달이 안 되면 직접 보급소에 가서 가져오기도 하고, 교사 시절 신혼여행을 가느라 미처 챙기지 못한 신문은 학생들에게 받아 모으기도 했다”며 웃었다. 김 씨가 기증한 자료는 현재 5000만 원이 넘는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10년을 맞은 신문박물관에 대해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신문이 발행될 때는 흔한 물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운 자료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역사 자료인 신문을 한자리에 모아 많은 이가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신문박물관의 큰 기능이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한성순보-독립신문… 百聞不如一見” ▼
신문박물관 찾아 수업하는 최상희 인하대 교수

“교과서에 나오는 한성순보나 독립신문 등을 달달 외우기보다는 직접 보고 오는 것이 훨씬 기억에 오래 남고 학생들의 이해력도 높아집니다. 신문활용교육(NIE)에도 신문박물관 견학과 같은 체험활동이 반드시 필요하죠.”

최상희 인하대 사대 사회교육과 겸임교수(사진)는 작년부터 ‘대중문화와 미디어교육’ 수업을 듣는 학생 20여 명을 데리고 정기적으로 신문박물관을 찾고 있다. 그는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신문사를 견학하는 것보다 신문의 역사 등 관련 내용이 잘 구성·배치된 곳을 방문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신문박물관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NIE 수업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신문사나 신문박물관 단체견학이 교육효과를 높이는 데 꼭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내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창의력 체험활동’이 시작되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사회과에서는 견학을 갈 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 교수는 “수업의 일환으로 직접 신문박물관에 가본 학생들이 교단에 서면 수업내용도 한층 풍부해질 것이고 이들이 제자들을 데리고 신문박물관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신문박물관에 가보기 전 ‘초등학생들이 주로 가는 곳으로 별로 볼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문박물관에 와본 뒤에는 ‘중고등학생들이 볼만한 자료가 많다’며 만족해하더라는 것. 최 교수는 예비교사들을 상대로 창의력 체험활동 코스를 개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교과서에 나오는 사건들과 신문의 역사에 대한 내용을 가까이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신문제작 원스톱 체험’ 등 개관 10주년 새단장
‘어린이 기자’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신문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내년 1월 5일부터는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어린이 기자 체험’을 네 차례 운영한다. 동아일보 편집국과 인쇄시설을 견학하고 신문 제작과 기자의 취재 활동을 배운 뒤 학생들이 취재한 내용으로 신문을 만들어 본다. 6명이 한 조가 되어 편집회의를 거치고 직접 취재 아이템을 정해 청계천이나 교보문고 등 신문박물관 인근에서 취재해 기사 작성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청소년진흥센터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 중 하나로 참가한 이들은 여성가족부 장관 이름의 ‘활동기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신문박물관 이경미 연구원은 “직접 아이들이 신문제작을 해봄으로써 글쓰기 능력과 함께 협동심과 폭넓은 사고력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회 정원은 30명으로 이달 21일부터 인터넷에서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신문지를 이용한 꾸미기·만들기 교실도 25일∼내년 1월 29일(매주 토요일) 운영한다. 신문 기사를 읽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칠교 7조각’으로 만들거나 신문지를 이용해 현대판 윷과 윷판을 만들어 본다. 신문에 나오는 4단 만화나 만평 등을 그려보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오전 10시, 오후 1시와 4시 등 세 차례에 걸쳐 25명씩을 대상으로 한다.

도슨트(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와 함께 신문박물관의 전시설명을 듣고 신문 관련 문제도 함께 풀어보는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 투어’도 매일 마련된다.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 신문제작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상설 전시 공간도 신문박물관 4층에 따로 마련된다. 퍼즐을 통해 학생들이 신문의 한 면을 편집해 보고 비치된 활자로 제호를 만들어볼 수 있다. 이런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신문의 종류, 구성 요소 등을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신문박물관 이현정 연구원은 “어린이들이 신문이라는 미디어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살아 숨쉬는 체험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합성사진과 사진설명만으로 신문을 만들어 주는 기존의 ‘신문제작코너’도 전과 같이 운영된다. 신문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15∼19일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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