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사회에 대한 반항의 영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고은 시인, ‘만인보’ 이후 첫 산문집 ‘나는…’ 출간

“시인은 사회에 대한 반항의 영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인이 그가 살고 있는 시대에 늘 웃고 있다면 그는 이미 시인이 아니다. 시는 눈물의 산물이다.”(26쪽)

고은 시인이 ‘만인보’ 이후 첫 산문집 ‘나는 격류였다’(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를 냈다. 서울대 초빙강의 내용을 비롯해 연설문, 외국잡지 기고 등을 엮은 책으로 시와 삶, 역사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인은 자신의 시론(詩論)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공자의 시론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시는 강에도, 산에도 널려 있다. 내 시론은 ‘야외 시론’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그의 시가 김소월의 시와 멀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과 시인의 역할에 대해 “문학은 세상의 지극히 일부만 담당하고 있으며, 시인은 교사가 아닌 친구처럼 낮은 이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기 내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이름이 시인’이며, 평생 동안 이를 지키려 애써 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고 시인은 요즘 언어의 육화(肉化)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고 했다. “으르렁거리는 고양이 꼬리의 떨림, 가을벌레 소리처럼 우리 언어도 온몸으로 세상에 바쳐지는 언어가 돼야 합니다. 문법에 투철한 표현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내년 3월경 새 시집 2권을 낼 예정인 그는 최근 ‘조국이 통일되면 내 나라를 떠나 민족을 잊고 싶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통일이 되면 20세기 제국주의 문화를 청산하고 민족의 가치를 초월한 새로운 문명이 한반도에 열릴 것이란 예상에서 한 발언”이라며 “이민 선언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