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최치원 영정, 신선서 유학자 변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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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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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 촬영결과 ‘숨은 동자승’ 발견
“절에서 서원으로 옮기면서 덧칠”


지리산의 신선이 됐다고 하는 신라 학자 고운 최치원. 그의 초상화가 신선 풍에서 유학자 풍으로 바뀐 까닭은….

경남 시도유형문화재 187호 ‘고운 선생 영정’(부산박물관 소장·위쪽 그림)에 숨겨진 흥미로운 사실이 11일 밝혀졌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 특별전에서 이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은 X선 투과 및 적외선 촬영조사를 실시한 결과. 화면 아래쪽에서 ‘1793년 하동 쌍계사에서 그렸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전해오는 최치원 초상 가운데 제작시기가 가장 이른 것이다.

진주박물관은 문방구를 그려 넣은 화면 왼쪽 가운데와 오른쪽 아래의 밑바탕에서 동자승으로 추정되는 인물 2명(아래쪽 그림 사각형 안)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박물관은 “이 영정은 원래 동자승이 등장하는 신선도 풍으로 그리려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최치원은 지리산에 은거한 것으로 알려져 왔고 이에 따라 후대에는 최치원이 지리산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왔다.

장성욱 학예연구사는 “1825년 이 초상을 쌍계사 밖의 사당과 서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동자승 흔적을 없애고 그 자리에 문방구류를 덧칠해 유학자 풍으로 바꾸려 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조선시대의 숭유억불 풍조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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