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생 21명 출소 미룬 까닭은?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검정고시 준비위해 ‘열공’중… “꿈을 키워 당당히 사회에 복귀”

“뒤늦게 깨친 배움의 재미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요”

강원 춘천소년원의 이경택(가명·17) 군은 지난해 12월 31일로 수용기간을 다 채웠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스스로 소년원에 남기로 했다.

다음 달 12일 치러지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소년원을 떠나 학원을 다니며 시험 준비를 할 수도 있지만, 바깥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공부를 소홀히 할 것 같아 내린 선택이다.

이 군은 4개월 전부터 매일 7시간씩 소년원 교사들로부터 고교 과정 수업을 받고, 일과 후에도 오후 10시까지 교실에 남아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2007년 9월 키가 꽂힌 채 길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를 훔쳤다가 학교에서 쫓겨난 뒤 1년 넘게 책상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던 이 군은 처음에는 수업 시간 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이 군의 목표는 이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대입 수시전형을 통해 사회체육학과에 진학하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평소 좋아하는 수영 강사를 할 생각이다.

경기 안양소년원의 김수연(가명·19·여) 씨도 이 군처럼 자진해서 소년원에 남아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2주 후면 수용기간이 끝나지만 시험을 치를 때까지 소년원에 남아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김 씨는 시험에 합격하면 소년원에서 딴 피부미용사 자격증으로 일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 군과 김 씨처럼 정해진 수용기간을 다 채우고도 자진해서 소년원에 남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전국에 현재 21명이다.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진학이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소년원생과 보호자가 원할 때에는 최대 6개월까지 더 소년원에 머무르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68명의 소년원생이 이 제도를 이용해 검정고시에 합격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했다.

법무부는 이 군이나 김 씨처럼 검정고시를 치르길 원하는 학생을 위해 중등교사 자격증이 있는 전담직원을 교사로 채용해 일반 학교와 똑같은 수준의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또 시험 1, 2개월 전부터는 야간 자율학습이 끝날 때까지 교사들이 교실에 남아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며 공부를 돕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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