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호령하던 국민의 감독 故 민관식 선생 16일 3주기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1분


“대뜸 ‘너 이놈 잘해야 된다. 남자는 강해져야 한다’며 어깨를 두드려주셨어요.”

박찬호(36·필라델피아)는 소강 민관식(小岡 閔寬植·1918∼2006·사진) 전 대한체육회장을 이렇게 회고했다.

16일로 민 전 회장이 별세한 지 3주기가 된다.

고인은 스스로를 “한국 스포츠의 명예회장”이라고 소개하던 ‘영원한 스포츠맨’이었다.

그는 “우리 사회도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져야 부정과 부패, 혼란이 사라진다”고 강조한 스포츠계의 큰 어른이었다. ‘평생 학습, 평생 현역’이라는 글귀를 사무실에 붙여놓았던 그는 체육인이자 정치인, 교육자로 평생 운동과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인 경성제일고보(현 경기고) 재학 시절 그의 별명은 ‘개성 깡패’였다. 개성에서 기차로 통학하며 일본 학생을 혼내주다 생긴 애칭이었다.

이 때문에 1년 늦게 고교를 졸업했지만 수원고농(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은 수석 졸업했다. 1963년에는 일본 교토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1964년 대한체육회장을 맡아 서울 중구 무교동 체육회관과 태릉선수촌을 건립해 스포츠 근대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평소 “태릉선수촌 건립은 내 인생 최고의 업적”이라고 자평했다. 꿈에서 ‘선수촌을 지으려면 태릉으로 가보라’는 말을 듣고 태릉선수촌 터를 찾았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육상과 축구, 테니스, 탁구, 정구 등 5개 종목 단체장을 맡았던 고인은 실력과 행정력을 겸비한 스포츠 마니아였다.

산수(傘壽·80세)가 넘은 나이에 2000년 일본 베테랑스 테니스 대회에 출전해 최고령부 복식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동아일보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고인은 말년에 동아마라톤 꿈나무재단 이사장을 맡아 육상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았다.

소강 체육대상 공로상 김성집 지도자상 노민상

민 전 회장의 3주기를 맞아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제1회 소강 체육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공로상은 1948년 제14회 런던 올림픽 역도에서 광복 이후 한국에 첫 올림픽 동메달을 안긴 김성집(90) 대한체육회 초대 사무총장이, 지도자상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수영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을 지도한 노민상(53) 감독이 받았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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