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공주 “이슬람 예술품들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요”

  • 입력 2008년 5월 26일 03시 00분


쿠웨이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셰이카 후사 알사바 공주는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김재명 기자
쿠웨이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셰이카 후사 알사바 공주는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김재명 기자
예술품 3만여점 소유 후사 쿠웨이트 공주

한-아랍 소사이어티 창설 회의 참석차 방한

“옛 유물과 예술품들은 말 못하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에요. 그것들은 우리에게 말을 걸지요. 역사와 문화와 지혜를 이야기해주고 과거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죠. 독특한 이슬람의 예술품을 한국에도 소개할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중세 이슬람 문화를 소개하는 셰이카 후사 알사바(58) 쿠웨이트 공주의 눈은 무언가에 매혹된 듯 반짝거렸다. 후사 공주는 쿠웨이트 제12대 국왕의 딸로 셰이크 나세르 알사바 왕실장관의 부인이다. 3만 점에 이르는 이슬람 예술품을 소장한 ‘알사바 컬렉션’의 소유자로서 이슬람 문화재의 발굴과 복원에 힘써온 여성 지도자이기도 하다.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아랍 소사이어티’ 창설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하려고 200여 명의 주요 아랍 인사들과 함께 처음 한국을 찾은 공주를 서울 신라호텔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인터뷰가 진행된 신라호텔 스위트룸 앞에는 경호 인력들 외에도 후사 공주를 만나려는 쿠웨이트 대사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후사 공주는 자신의 문화예술 사업에 대해 “30여 년 전 남편과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은 예술품 한 점이 오늘날 컬렉션을 있게 한 출발점”이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이슬람 문화재와 ‘사랑에 빠진’ 부부는 유물들을 하나씩 모아가면서 수없이 비교하고 공부했다고 한다.

이렇게 모아진 각종 보석과 도자기, 철기제품 등 8∼18세기 유물의 상당수는 현재 쿠웨이트 국립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는 한국이 과거 일본 등 외세의 침략으로 문화재를 빼앗긴 역사에 대해 “쿠웨이트도 걸프전 당시 소중한 유물들이 이라크로 넘어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런던과 파리 등 각국 경매에서 어렵게 되찾아온 것도 많다”고 설명했다.

후사 공주는 “아랍과 한국의 문화교류에 다리를 놓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돌며 전시회를 하고 있는 ‘알사바 컬렉션’의 소장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쿠웨이트는 세계 전체 원유 매장량의 10%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4위 산유국이다. 한국은 쿠웨이트에서 세 번째로 많은 원유를 들여오고 있으며, 2006년 19억8000만 달러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긴밀한 경제교류를 해오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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