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출신 대거 약진…경제부처 차관급 인사 이모저모

  • 입력 2003년 3월 3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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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제부처 차관급 인사는 ‘안정·실무형’ 인물이 대거 발탁된 점이 특징이다.

내부 승진이 많고 장관과 업무스타일이 비슷한 이른바 ‘코드’가 맞는 인사가 차관으로 중용(重用)됐다. 2·27조각(組閣)에 이어 차관인사에서도 옛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축으로 하는 재정경제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재경부 차관에 기획원 출신인 김광림(金光琳·행시 14회) 전 특허청장을 기용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팀 수장(首長) 부처’인 재경부의 특성상 차관의 행시 기수가 지나치게 내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과 함께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가 재무부 출신인 점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이 두 기준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관료가 현재 재경부에는 없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재경부를 떠나 있어 발표 직전까지도 재경부 차관후보로 거론되지 않던 김 차관이 발탁된 것. 김 부총리가 취임 후 “경험과 기수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또 재경부 세제실장 출신인 이용섭(李庸燮·행시 14회) 관세청장이 국세청장 후보로 발탁되고 김용덕(金容德·행시 15회) 국제업무정책관이 관세청장으로 승진하는 등 ‘범(汎)재경부 출신’은 이번에도 위세를 떨쳤다.

기획예산처 변양균(卞良均·행시 14회) 차관은 ‘동일지역 장차관’이란 점에서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변 차관은 업무능력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아왔고 신임 박봉흠(朴奉欽) 장관과 옛 기획원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어 호흡을 맞추는 데는 적임자란 평을 받았다. 하지만 박 장관과 변 차관이 모두 경남 출신이어서 이번에는 다른 부처는 몰라도 예산처 차관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차관에 기용됐다. 일각에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 자칫 새로운 ‘지역문제’가 불거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예산처는 변 차관 외에도 김경섭(金敬燮) 전 정부개혁실장이 조달청장으로 승진해 인사에 큰 숨통이 트였다.

산업자원부에서 김칠두(金七斗) 차관보의 차관 승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인사. 하지만 재경부 차관이 장관으로 온 데 이어 다시 산하기관인 특허청장에 옛 기획원 출신인 하동만(河東萬)씨가 온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적지 않다.

건설교통부에서는 최재덕(崔在德) 차관과 김세호(金世浩) 철도청장 기용에 대해 대부분 ‘적재적소’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건교부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 신도시 개발, 동북아경제중심국 건설 등의 굵직굵직한 국토개발 사업이 현안인 상태에서 최 차관만한 능력을 갖춘 인사를 부처 내외에서 찾기 어렵다는 게 중평이었다.

농림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차관 인사는 ‘개혁장관-안정차관’의 구도가 적용된 인사.

김정호(金正鎬) 농림부 차관은 농림부 내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쳐 정치인 출신인 김영진(金泳鎭) 장관을 보필할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대구 출신으로 김 장관이 전남 강진 출신인 데 따른 지역안배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차관급인 농촌진흥청장과 산림청장에도 김영욱(金榮旭) 차장과 최종수(崔鍾秀) 차장이 각각 승진해 조직의 안정을 꾀했다.

해양부는 최낙정(崔洛正) 신임차관 인사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외부인사 기용설이 많았던 데다 최 차관이 해운 항만 수산 등 해양부의 주요 업무를 두루 거쳐 교수 출신인 허성관(許成寬) 장관을 보좌할 수 있는 적임자로 보고 있다.

정통부 역시 변재일(卞在日) 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등을 거치면서 풍부한 행정경험을 갖고 있어 기업인 출신인 진대제(陳大濟) 장관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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