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철 대법관후보 판결 스타일…범죄 결과보다 과정 중시

  • 입력 2003년 1월 24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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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철(高鉉哲) 대법관 임명 제청자의 판결 성향은 뚜렷하지 않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으로 그를 재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대체적으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일반 형사범들에겐 엄격했지만 범죄에 이르는 과정에 따라 형량을 크게 달리하는 등 범죄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판결을 했다. 또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어느 때는 형식적인 사유를 들어 사용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가 어느 때는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등 특별한 성향을 읽기는 어려웠다.

그의 판결에서 보이는 일관성은 오히려 성향보다 성격에서 나타났다. 그는 평소엔 ‘생불(生佛)’이라고 불릴 정도로 온유했지만 사건을 대할 때는 매우 꼼꼼하고 엄격했다. 이 때문에 하급심이 미처 살피지 못한 잘못을 준엄하게 꾸짖는 판결이 많았다.

▽꼼꼼한 판결=1994년 3월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그는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이모 피고인에게 형량을 1년으로 줄여줬다. 재판기록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1심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에도 없는 사실을 판결문에 넣은 뒤 형량을 과중하게 선고했던 사실을 찾아낸 것.

같은 달 그는 절도와 장물취득 등의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8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박모 피고인 등 4명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 재판부가 선고 때 ‘선고 전 구금일수’를 잘못 계산해 피고인들이 열흘 동안 더 복역하도록 판결한 사실을 밝혀냈다.

▽인권침해엔 ‘단호’=92년 1월 서울지법 부장판사 재직 때 그는 전 민청련의장 김근태(金槿泰·현 민주당 국회의원)씨가 “수사관에게 고문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는 김씨에게 4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본인 동의 없는 임의동행과 사후 구속영장 청구, 불법 구금 및 고문 등 불법적인 수사관행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었던 것.

그는 또 94년 4월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검사가 추가로 청구한 치료감호는 기각했다. 이처럼 그는 치료감호나 보안관찰처분 등 국가 공권력의 과도한 제재에 대해 엄격한 판단기준을 적용, 개인의 인권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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