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울린 암 투병 칼럼, 이반 노블 기자

  • 입력 2003년 1월 10일 2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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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방송의 과학기술 전문기자인 이반 노블은 지난해 8월 두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뇌암 통보를 받았다. 30대 중반인 그는 지적인 풍모의 미남이었지만 이제는 빡빡머리에 피로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BBC 홈페이지에 희망을 잃지 않는 내용의 투병 칼럼을 올린 이래 각국으로부터 격려의 답장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칼럼에서 “나의 뇌에서 암세포가 자라고 있는 곳은 언어 담당 부위 근처”라며 “이 때문에 틀린 단어를 쓰거나 영어와 독일어를 혼동할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 노블기자의 뇌암 투병기 바로 가기(BBC)

그는 약물 치료를 받으며 간질과 유사한 이 약물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약도 복용한다. 방사선 치료 후에는 심한 피로감과 두통에 시달린다. 그래도 그는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는 암세포가 녹아 없어지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넣는다. “살아야 하며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암에 걸린 후 절망적인 정보, 희망적인 소식을 모두 접했지만 그중 희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썼다. 그가 선택한 ‘희망 모델’은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굴드씨는 희귀 암에 걸린 후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절반이 8개월 내 죽는다”는 말을 듣고도 “나는 그 절반이 아니다”고 써붙인 다음 20년을 더 살았다. 노블씨는 “불확실한 미래가 지금 내게는 오히려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암에 걸린 후 작은 행복에 대해서 더 민감해졌다며 “직장의 보험 혜택, 의사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2월 태어난 딸이 새로 이빨 네 개가 나고, 주먹을 꽉 쥔 채 무언가 유심히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마지막 날까지 딸을 지켜주기로 결심했다. 그는 딸이야말로 자신이 눈물을 삼키게끔 만드는 유일한 이유라고 썼다.

감동적인 칼럼이 이어지자 영국 미국 일본 네덜란드 캐나다 등 각국에서 답장들이 날아오고 있다. BBC는 이 중 감동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당신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 눈시울은 흥건히 젖곤 한다. 슬픔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긍정적인 태도와 위대한 낙관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미 암을 물리쳤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사람들을 끝내 미소짓게 만드세요. 암 연구 기금 마련을 위해 다음 번 뉴욕 마라톤에서 뛰면서 나는 당신을 생각할 겁니다.’(영국에서 샐리가)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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