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LA폭동때 교포 상인의 울분 대변한 韓人변호사 안젤라 오씨

  • 입력 2002년 4월 28일 19시 10분


“아기 아빠와 저 혼자만으론 가게를 지킬 수가 없어요. 제발 누구든 좀 와주세요.”

10년 전인 92년 4월29일 흑인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을 습격하자 한인 상인들은 현지 한국어 라디오 방송을 통해 호소했다.

흑인들은 같은 흑인인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찰관에 대해 무죄 평결이 내려진 데 항의, 거리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이들의 항의시위는 한인타운에 대한 약탈과 방화로 번지고 있었다.

▼˝폭력적이고 돈만 안다˝오명▼

언어장벽에 갇힌 한인 상인들이 한맺힌 울분만 안으로 삭이고 있을 때 ABC방송의 종합뉴스 프로그램인 나이트라인에 한 한인이 출연, “폭동의 배경은 흑백 갈등인데 미 주요 언론이 한흑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가 바로 한인 변호사 안젤라 오(46). 로스앤젤레스 폭동 10주년을 앞두고 27일 오씨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오씨는 사태 이후 백악관 자문기구인 인권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됐으며 미주한인변호사협회(KOBA)의 회장을 역임했다.

▼자신의 문화와 뿌리 지켜야▼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나 편견들은 무엇인가.

“로스앤젤레스 내 한국인 가정폭력건수가 미국 평균치의 3배에 육박한다. 한국인들은 폭력적이고 돈만 안다는 편견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한국인의 몸에 배어있는 ‘빨리빨리’ 문화도 문제다. 반면 중국계 미국인들은 한발 물러서고 다음을 기약할 줄 아는, 그래서 더 값진 결과를 얻어내는 여유가 있다.”

-폭동이 당신에게 준 의미는….

“폭동은 내 안에 있는 ‘한국인다움(Koreaness)’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한인사회의 문제, 인종 갈등 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회고록을 쓰고 있다.”

-미국 내 인종차별에 9·11테러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이제 서부에서는 유색인종이 백인보다 많다. 한인들은 노동 교육 분야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인의 경쟁자이자 하나의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9·11테러 이후 상황은 호전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으로의무조건적동화(assimilation)가 해결책은 아니다. 자신의 문화와 뿌리를 지켜야만 다른 민족을 상호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