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성씨 한국국적 취득/인터뷰]

  • 입력 1998년 5월 30일 07시 04분


재일작가 이회성씨가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남한도 북한도 아닌, 분단 이전의 조국을 상징하는 의미로 ‘조선’ 국적을 고집해온 무국적자 이씨. 그래서 그의 한국 국적 취득은 분단 극복과 통일을 향한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9일 이씨를 만나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심경을 물어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한국의 모든 풍경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망명자의 생활에서 벗어나 한국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모든 게 즐겁다. 그리고 책임감도….”

―국적을 바꾸기로 처음 마음 먹은 것은 언제인가.

“72년 한국 방문 이후 여러번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한국정부가 받아주지 않았다. 조국에 돌아갈 수 없는 내 신세가 서글프고 외로웠다. 그러다가 23년만인 95년 한국을 찾았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겹쳐지면서 한국인이 되고 싶은 욕망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도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국적을 바꾸게 된 이유는….

“사실 그동안엔 좀 조심스러웠다. 고민도 많이 했다. 당시의 불완전한 문민정부 아래에서 내가 과연 지식인의 사명을 다할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진정한 국민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을 받아들이고 또 한국이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된 것이다.”

―한국인이 되면 무엇을 먼저 하고 싶은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하지만 IMF위기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어쨌든 한국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다.”

―가족의 국적은 어떻게 되는가.

“이번에 집사람과 첫째 셋째아들이 함께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 둘째 아들은 95년 이미 한국국적을 얻어 지금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 살 생각은 없는가.

“나는 재일동포다. 재일동포로서의 의무를 다해 한국에 기여하고 싶다. 본국 사람과 해외동포 사이에 점점 벌어지는 틈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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