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란교수 「하나 덜하기운동」…IMF충격받고 절약실천

  • 입력 1998년 1월 3일 20시 28분


성신여대 독어독문과 김한란(金韓蘭·42·여)교수는 작년 12월 3일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결정된 날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지난 해 봄 독일에서 귀국한 뒤 제가 보고 느낀 한국은 씀씀이나 생활습관 등이 선진국 독일보다 훨씬 부유하고 풍족한 나라였어요. 그 모든 것이 거품이고 허상(虛像)이었다니요….” 김교수는 그날 밤 성신여대의 모든 가족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를 썼다. “저는 14년동안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독일인의 근검절약하는 생활태도와 스스로 앞장서서 행동하는 시민정신을 체험하고 배웠습니다. 우리도 작은 일부터 시작합시다. 무심코 하는 일 중 각자 한 가지씩만 덜 합시다.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우리 경제를 일으켜 주지 않습니다.” 김교수는 다음 날 수업시간에 독문과 3학년 학생 30여명에게 ‘하나 덜 하기 운동’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했다. 밤새 대자보를 쓰고 이면지를 이용, 유인물을 만들고 등교길 학생들에게 ‘하나 덜 하기 서약서’를 받기 시작했다. 조금 남은 세제나 비누도 물을 타서 끝까지 쓰기, 라디오 끄고 자기, 빈 강의 시간에 카페나 비디오방에서 시간 ‘죽이지’않기, 하루 한번씩 먹는 콜라 안 먹기, 불필요한 외제 액세서리 안사기 등등…. 예상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소박하지만 결코 지키기 쉽지 않은 실천약속을 써보냈다. 교수들도 김교수에게 격려 전화를 걸어 저마다 ‘연구실 난방온도 낮추기’ ‘복도 불 끄기’ ‘외출시 컴퓨터 끄기’ ‘승강기 닫힘버튼 안 누르기’ 등을 약속했다. 학교측도 때맞춰 ‘승용차 10부제 실시’ 등 예산 10% 절감운동을 벌였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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