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는 당 대표 안 된다” 2014년 전당대회에 관한 오독 [광화문에서/홍수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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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영 정치부 차장
홍수영 정치부 차장
“2014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최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인사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2014년 전당대회에선 비박(비박근혜)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과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이던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를 놓고 맞붙었다. 당시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당심, 민심 모두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 후 2년, 친박계는 집요하게 김무성 체제를 흔들었다. 결국 2016년 ‘진박’(진짜 친박) 논란 속에 여당은 20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주변에선 색다른 해석을 했다. “차기 대선을 꿈꾸는 자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망한다”는 것이다. 당시 여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면서 대통령과 사사건건 각을 세웠고, 사심(私心) 공천을 하려 한 게 화근이었다는 얘기다. 요즘 말로 ‘신박한’(참신한) 관점이다.

지금 윤핵관의 주축은 박근혜 정권에서 핍박을 받은 친이(친이명박)-비박 출신들이다.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은 김무성 체제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2016년 총선 참패 뒤 세워진 비상대책위원회에선 사무총장을 맡았지만 다시 당권을 접수하려는 친박들의 압박으로 3주 만에 사퇴했다. 윤핵관의 원톱을 노리는 장제원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키즈’ 손수조에 밀려 공천 배제됐다. 장 의원은 당시 무소속 출마를 위해 탈당하며 “민심 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횡포”라고 말했다. 그런 그들이 2016년 총선 참패의 원흉으로 2014년 전당대회를 지목하니 아찔하다. 권 의원의 페이스북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의 주장으로 자신의 과거를 논박하는 코미디” 같다.

윤 대통령에게 내년 3월 초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각별할 것이다. 차기 당 대표는 2024년 22대 총선의 공천권을 가진다. 여의도에 기반이 약한 윤 대통령으로선 정부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할 인사를 국회에 많이 진출시켜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실용주의적 면모도 강하다. 이에 진영 논리에 빠져 옴짝달싹 못 하는 정치를 ‘물갈이’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할 것이다.

그렇다고 2014년 전당대회의 교훈을 오독하지는 말자. 2016년 ‘옥새 들고 나르샤’(대표의 공천장 날인 거부)로 한국 정당사에 길이 남을 공천 파동은 2014년 대선 주자가 당권을 잡은 이후 사심 공천을 하려 해서 불거진 게 아니다. 대통령 탄핵의 서막이었던 2014년 전당대회 당시 박심(朴心) 논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진박 논란 모두 교훈은 정당성을 얻지 못하고 민심을 거스르려는 시도는 역풍을 부른다는 것이다.

더욱이 비윤(非尹)이든 반윤(反尹)이든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게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대통령에겐 그럴 수 있는 권력과 자원도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취임 후 7개월 동안 포용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여권 주류는 집권 초 전당대회에서 어떻게든 뜻하는 바를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아름다워야 한다. 국민이 볼 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민심이 따라오고, 그다음도 있다.



홍수영 정치부 차장 gaea@donga.com
#대선 주자#당 대표#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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