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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P2P 대출 확대, 美 낙태 늘렸다[Monday DBR/이동원]

이동원 홍콩과학기술대 경영대학 정보시스템 교수| 정리=김윤진 기자
입력 2022-07-25 03:00업데이트 2022-07-25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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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절은 최근 미국 전역에서 사회적, 정치적으로 가장 논란이 되는 이슈다.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 중절(낙태) 권리를 보장하는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으면서 그 결정권이 각 주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임신 중절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하더라도 모든 여성의 낙태 접근권이 동등하게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임신 초기 중절 수술 비용은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저소득층 여성이나 소수 인종계 여성은 경제적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법적 제한뿐 아니라 경제적 제한으로 인해 임신 중절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P2P(Peer to Peer) 대출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릴랜드대 경영대 등의 연구진은 미국의 대표적인 P2P 대출 플랫폼인 렌딩클럽의 주별 시장 진출이 임신 중절 수술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20년 동안 미국 내 임신 중절 수술이 감소했는데도 P2P 대출은 인구당 임신 중절 수술 비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P2P 대출의 가능 여부가 미국 내 임신 중절 수술을 매년 약 675건 늘렸다. 단, 이런 P2P 대출의 인구당 임신 중절 수술 증가 효과는 지역별로 달랐다. 특히 평균 교육 수준이 낮은 지역과 성교육 의무가 없는 지역의 경우 P2P 대출의 임신 중절 수술 증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종교적 특색이 짙은 지역에서도 그 효과가 더 컸다. 이는 지식의 불균형이나 종교적 규범으로 인한 사회적 낙인 등이 임신 중절 수술의 경제적 필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P2P 대출을 활용한 자본 접근성의 증가는 여성이 임신 중절 수술을 더 많이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P2P 대출이 일반 의료서비스는 물론이고 낙태처럼 사회적, 정치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의료서비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낙태권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두고 임신 중절 수술에 대한 직간접적 비용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 임신 중절 수술을 줄일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경제적 비용을 가중시키는 정책은 P2P 대출과 같은 여러 서비스가 자본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 것만큼 실효성을 가지기 힘들다. 미국에서는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낙태권 논쟁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특히 보수적인 주는 임신 중절 수술의 요건을 최대한 까다롭게 만들어 수술 건수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단순히 수술 요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경제적 비용 부담을 늘리는 전략보다는 올바른 성교육을 시행하고, 안전한 피임법을 통해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는 것이 임신 중절 감소에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낙태권 폐지가 여성 빈곤율을 높이고 어린이의 미래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기업의 적극적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아마존, 애플, 테슬라, 스타벅스, 리바이스 등의 대기업도 낙태권 폐지에 대비해 임신 중절 수술이 합법인 주로의 이동이 필요한 여성에게 수술 비용뿐 아니라 여행 경비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 또한 낙태권 폐지에 따른 주별 법안 동향을 살펴보고 회사 차원의 지원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렌딩클럽은 2008년부터 미국 40개 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후 다른 주들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해당 연구의 분석은 렌딩클럽의 시장 진입 3년 전인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전역의 카운티 단위 인구당 임신 중절 수술 패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중차분법을 적용해 수행됐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47호에 실린 ‘P2P 대출과 이민 중절 결정, 어떤 영향 있을까’를 요약한 것입니다.

이동원 홍콩과학기술대 경영대학 정보시스템 교수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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