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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저작권’ 유무에 옥석 갈리는 NFT 미술시장[미술 트렌드 읽기/김선영]

김선영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2-06-17 03:00업데이트 2022-06-17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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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학자가 본 ‘NFT와 미술’
김선영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대체불가토큰(NFT) 미술시장이 올해 들어서면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NFT 미술품의 가격이 폭락한 것은 물론이고 거래 시장마저 활기를 잃었다. NFT 미술 시장에 휘몰아쳤던 ‘네덜란드 튤립 광풍’이 생각보다 빠르게 잦아들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더 나아가 디지털 아트의 유행이 지난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제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NFT 미술이 신기루를 쫓는 투기판인지 황금알을 낳는 최신 플랫폼인지를 두고 팽팽했던 논쟁도 김이 빠져버린 모양새다.

난데없이 시장이 식어버린 직접적 원인으로는 이더리움 같은 코인 가격의 하락과 루나와 테라의 폭락 사태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가상화폐 가격의 하향세만으로 NFT 미술 시장의 급랭을 설명하기엔 충분치 않다. NFT 미술품 중에는 코인이 아닌 카드결제가 가능한 것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코인 가격 하락을 빌미로 회의론이 낙관론을 밀어내고 있는 형국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약 785억 원에 거래된 비플의 ‘매일: 첫 5000일’. 높은 경매가로 NFT 시장의 상징적 작품이 됐으나 최근 경매에선 이런 높은 가격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 출처 크리스티 트위터
NFT 미술품을 둘러싼 회의론의 요지는 이렇다. NFT는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고유한 값을 부여한 디지털 자산으로, 복제나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하나 아날로그 작품을 NFT로 선보인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작품 값이 치솟는 현상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예술성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 아트 작가 비플은 NFT 덕에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지만 그의 작품성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가 1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그린 디지털 작품을 모자이크로 구성한 ‘매일: 첫 5000일’은 지난해 3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약 785억 원에 거래됐다.

모호한 소유권도 회의론에 힘을 싣는 요소다. NFT 미술품 구매는 저작권 독점이 아닌 소유권 취득에 불과하다. 저작권이 없으니 단지 소유할 뿐 전시와 대여는 물론이고 부가사업도 할 수 없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사본을 만들어 소유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NFT 성공 사례들이 점차 기성작가들로 대체되는 경향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NFT 미술 시장에서도 기존 유명 작가들의 승자독식 현상이 벌어진다면 더 이상 NFT 미술은 젊은 작가나 무명작가들에게 기회의 플랫폼이 될 수 없다.

미국 뷰티 브랜드 ‘글래머 돌스’의 BYAC 마사지 캔들. 소유자가 저작권까지 보유하고 있는 BYAC는 활발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미래 NFT 미술이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highsnobiety
이런 분위기 속에도 컬렉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NFT 작품이 있다. 2021년 4월 발행된 NFT 프로젝트인 ‘BAYC(Bored Ape Yacht Club·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이다. 가상화폐의 급상승으로 너무 부자가 된 나머지 세상의 모든 것이 지루해진 원숭이들이 그들만의 클럽을 만들었다는 콘셉트다. 픽셀화된 아바타 이미지인 ‘크립토펑크’와 동일하게 1만 개를 발행했는데, 최저가 기준으로도 크립토펑크보다 1억 원 정도 비쌀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시장 분위기와 별개로 BAYC 시리즈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콘셉트가 매력적이다. 가상화폐의 급상승으로 졸부가 된 원숭이는 졸지에 거액의 작품 판매 수익을 거둔 일부 작가들과 그들을 부추긴 일부 미술 중개상들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 다가온다. NFT로 발행한 다음 멀쩡한 작품을 파기해 버리는 작가와 딜러들은 돈은 벌었을지 모르지만 예술적으로는 헛헛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탄 뱅크시’ 팀은 뱅크시의 판화 ‘멍청이들’을 불태운 뒤 이를 NFT로 전환해 경매에 내놨고, 이 작품은 원본의 4배가 넘는 약 4억3000만 원에 낙찰된 바 있다.

BAYC는 또 NFT 미술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인 저작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BAYC를 구매하면 소유로서의 가치만 있었던 여타 NFT 미술품과 달리 저작권까지 획득하게 된다. 구매한 뒤 전시는 물론이고 상업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모든 NFT 미술품에 저작권을 부여할 경우 시장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아날로그 원본을 없애 버리는 어색한 행위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지루한 와인 컴퍼니’의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YAC)’ 와인 케이스. 사진 출처 NFT소믈리에
브랜드와의 활발한 컬래버레이션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BAYC를 활용해 자신들의 캐릭터로 만들고, NFT를 구매하면 실물 상품을 보내주는 마케팅을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한 와인 회사는 BAYC 캐릭터를 와인라벨에 활용해 호평을 얻고 있다. BAYC가 구축하고 있는 탄탄한 커뮤니티도 주목할 만하다. BAYC 소유자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를 만들어 구성원들이 새로운 방식의 플렉스를 추구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계기로 사실상 하나의 미술계에 의해 움직였던 미술 시장이 다양한 커뮤니티로 구성된 복잡계로 바뀔는지도 모른다. 원숭이 시리즈는 기초예술의 범위에도 물음표를 던졌다. ‘온갖 종류의 NFT 작품을 모두 NFT 미술 범주로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미술계 다수는 ‘인터넷 짤’, 게임 아이템, 트위터, 셀카 등은 미술로 간주할 수 없다는 입장이 다수인 듯하다.

이런저런 회의론에도 NFT가 보여준 잠재력은 부정할 수 없다. 우선 NFT를 활용하면 그동안 무한복제가 가능한 탓에 상품성을 인정받지 못하던 디지털 아트가 고유값을 부여받으며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아날로그 작업을 하는 신진 작가들과 무명의 작가들 역시 작품을 팔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NFT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으로 여겨졌던 미술 시장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거금을 동원하기 힘든 일반인들도 유명 작가의 작품을 공동 소유 형태로 컬렉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 입장에서도 플랫폼에 등록하면 거래가 가능한 데다 거래될 때마다 10% 정도 로열티가 지급돼 경제적으로도 이점이 있다.

NFT 미술의 본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에 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코인 가격과 미술품 가격이 연동되는 현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NFT 미술이 이 시대에 주는 메시지이자 가치는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NFT 시장을 풍자한 지루한 원숭이 시리즈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작권 부여에 의한 신진 작가 플랫폼의 구축,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다원화된 미술계로의 재편, 미술가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장치 마련 등이 그것이다. 요즘의 NFT 미술 시장 침체는 ‘세상이 지루해져 버린 원숭이’들을 쫓아낼 절호의 기회다. 시인 신동엽이 노래한 것처럼 이참에 NFT 미술에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부디 가버리기를, 그 모든 쇠붙이는 가버리기를.

김선영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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