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프간 보고도 “北 남침 능력 없다”는 송영길의 안보불감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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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SNS에 “북한은 모든 무기 체제가 낡았다”며 “남침할 능력은커녕 자신들의 생존과 체제 유지가 더 절박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 미국의 칼럼니스트가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한국도 아프가니스탄처럼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한국이 북한보다 군사적 우위에 있다며 이렇게 반박한 것이다.

송 대표가 ‘북한은 남침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 것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 왜곡에 가깝다. 그는 북한군의 무기가 모두 낡았고, 경제 제재로 군사용 연료도 부족하다는 근거를 댔다. 하지만 북한의 가장 큰 위협인 핵무기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미 20∼60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 한 개만 서울에 떨어져도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을 맞는다. 북한은 남한을 넘어 이미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 능력까지 갖췄다는 게 미국의 평가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데도 지금의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하나.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주한미군 규모를 유지하고,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우리 안보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송 대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던 지난해 7월 “주한미군은 한미(韓美) 동맹 군사력의 오버캐파(overcapacity·과잉)가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감축 필요성을 내비친 셈이다. 한반도 군사력에 있어 주한미군은 과잉이고, 북한군은 과소하다는 게 송 대표의 평소 생각인가. 송 대표는 작년 12월에는 “미국이 핵 선제공격 군사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북이 핵을 개발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겠나”고도 말했다. 자위적인 수단으로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북한의 주장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인 것이다.

전쟁의 승패는 단순히 물리적인 군사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보더라도 정부군은 당초 미국의 지원을 받아 탈레반보다 병력과 장비 사정이 앞섰다. 하지만 지도층의 부정과 부패, 무엇보다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실종되면서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설령 객관적인 전력에서 약세를 보이는 적에 대해서도 방심하거나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 안보다. 그런데도 여당 대표가 현존하는 북핵 위협을 외면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으니, 우리 안보가 제대로 지켜질지 걱정이다.
#아프간#북한 남침#송영길#안보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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