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하얀 석유

이은우 논설위원 입력 2021-03-08 03:00수정 2021-03-0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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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에서 본 남미 안데스 산맥에는 흰 점들이 찍혀 있다. 주로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가 맞닿은 곳이다. 만년설이 아니다. 빙하기를 거치며 안데스의 눈 녹은 물들이 증발을 거듭해 소금만 남은 소금 평원(salt pan)이다. 해발 4000m, 홍학과 야마(llama)의 땅. 이곳에 ‘하얀 석유’가 있다. 소금 속 리튬이다. 배터리 소재인 리튬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하얀 석유로 불린다. 값이 폭등하면서 포스코가 확보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鹽湖)의 총 외형가치는 35조 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포스코 측은 매장된 리튬으로 2차전지용 탄산리튬을 생산한다고 가정하고, 현 국제 시세를 적용하면 약 35조 원의 누적 매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막대한 생산 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염호의 가치는 훨씬 낮을 것이다. 그래도 2018년 염호 채굴권을 약 3000억 원에 인수했으니 큰 이익을 기대할 만하다. 염호 확보 프로젝트명은 ‘살 데 오로(Sal de Oro)’. 스페인어로 황금 소금이란 뜻이다. 인수 때 예상한 매장량은 220만 t이었는데 지난해 최신 기법으로 측정한 결과 6배로 늘어났다.

▷하얀 석유로 각광받는 리튬은 배터리 소재 외에도 쓰임새가 많다. 산업용으로는 도자기나 유리를 만들 때 촉매로 사용한다. 수소폭탄을 만들 때도 리튬이 필요하다. 리튬은 조울증 치료제로 사용하며, 치매 치료약의 원료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리튬 농도가 높은 호수나 지하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자살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리튬은 독성이 있어서 의사의 처방 없이 리튬 계열 약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포스코는 2009년부터 리튬 등 에너지 소재 분야에 주목했다.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은 곧 개발됐지만 염호 확보는 쉽지 않았다. 칠레 등 3개국이 국경을 맞댄 ‘리튬 트라이앵글’을 헤집고 다녔지만 실패를 반복했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70%가 몰린 이곳에서 여러 나라가 자원 전쟁을 벌였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를 등에 업고 거액의 베팅을 했고, 칠레 등은 핵심 자원 지키기에 나섰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포스코는 실패한 해외 자원 개발로 몰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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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생산은 2023년부터 약 50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 공장을 짓는 단계라 성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일본을 압박했듯이 자원은 국가의 힘이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선 아직 갈 길이 멀다. 긴 안목에서 인내심을 갖고 해외에서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길 기대한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석유#위성#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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