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칙 잃은 법관 인사로 ‘與편향’ 비판 자초한 김명수 대법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0일 0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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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최근 실시한 법관 인사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주요 사건이 집중돼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한 재판부에서는 2년, 총 기간은 3년까지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등 민감한 재판을 맡은 일부 법관이 근무기한을 넘겼는데도 유임되면서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판사가 특정 법원이나 재판부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이 법률이나 규칙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무기한을 관례로 확립해 불문율로 삼고 있는 것은 순환 인사를 원활하게 하고, 인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재판의 독립성 보장과도 관련이 깊다. 법관이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기 위해서는 원칙에 따른 인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담당 재판부는 모두 유임돼 재판장은 6년째, 배석 판사 2명은 각각 4년, 5년째 근무하게 됐다. 조 전 장관 사건 담당 재판장도 유임돼 4년째 근무하게 됐다. 반면 근무기한을 채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 담당 재판부 3명은 원칙대로 전원 교체됐다. 서울고법 형사부의 재판장은 통상 2년이 근무기한이지만 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재판장은 1년 만에 교체됐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 일각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사태보다 이번 인사가 사법부 독립에 미치는 파장이 더 심각하다는 시각도 있다. 조직사회에서는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인사의 영향이 그만큼 크고 법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사의 원칙이 무너지면 판사들이 눈치를 살피느라 소신대로 판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사의 공정성이 의심을 받으면 판결의 공정성도 의심을 받게 된다. 대법원은 원칙에 예외를 둔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잘못된 인사라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원칙#법관#인사#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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