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앙선관위원 9명중 4명 공석… 5주 남은 총선 제대로 치르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0시 00분


코멘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석인 위원 임명이 늦어지면서 9명 중 5명으로 4·15총선을 치를 상황에 빠졌다. 선관위 전체회의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중요 사건에 대한 유권해석과 판단을 내리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열린다. 현재 6명이지만 김용호 위원의 임기가 15일 끝나기 때문에 한 명만 빠져도 회의를 못 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공석 4자리 중 대통령 추천 몫에는 정은숙 이승택 변호사가, 국회 추천 몫 중 한 자리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조성대 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이 내정됐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 의한 국회 몫으로 미래통합당이 추천한 김대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모든 절차가 멈춰선 상태다. 통합당은 “제1야당이 추천한 위원에 대해 청문절차조차 봉쇄하는 것은 민주당에 유리하게 선관위를 구성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회 추천 선관위원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17일로 일주일도 채 안 남았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국회 추천 두 자리는 계속 공석으로 두고, 대통령 몫 2명은 조해주 상임위원을 임명했을 때처럼 청문회 없이 임명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럴 경우 선관위원 7명 중 문재인 대통령 추천 3명, 김명수 대법원장 추천 2명이 돼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시행돼 선거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선관위는 처음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처리 기준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더욱이 비례대표 의원을 목표로 한 정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선거법 위반 사례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비례정당 명칭 허가 과정에서도 보듯 선관위의 유권해석과 결정은 각 정당의 유불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민주당이 통합당 추천 인사를 반대한다면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의혹이 있다면 청문회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면 된다. 제대로 된 심판 없이 치러지는 경기가 과연 공정하겠는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총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