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세 근로자도 “최저임금 그만 올려야”, 이게 사회 공감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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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민간 여론조사기관에 맡겨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을 조사 발표했다. 전체적으로는 자영업자의 61%, 임금근로자의 37%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대답한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의 의견이다. ‘동결’(44.4%) 혹은 ‘1∼5% 미만 인상’(26.9%) 주장이 ‘5∼10% 인상’(15.4%)이나 ‘10% 이상 인상’(11.3%)보다 훨씬 높다.

임시·일용직이 많은 영세 사업장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수혜자 집단이다. 그런데도 그들 가운데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41%나 되고 1∼5% 미만 인상 견해가 25.9%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용이 불안정한 직장일수록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다가는 자칫 지금의 일자리마저 사라질 수 있는 경제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들은 2020년 최저임금을 올해 시급 8350원보다 19.8% 오른 1만 원을 제시했다. 반면 사용자 위원들은 올해보다 4.2% 줄인 8000원을 제시한 상태다. 간극이 워낙 커 양자 간 타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익위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데 최근의 경제 상황 전반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지난 2년간 급격한 최저임금의 결과가 어땠는지는 이날 발표자인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이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으로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하는 많은 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공유돼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있어 빠뜨려서는 안 될 부분은 최저임금위원회에 배제된 채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없는 노동시장 밖의 목소리다. 임금은 다소 적더라도 일자리를 갖고 싶다는 구직 희망자들의 들리지 않는 외침을 현직인 근로자 위원들이 대변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익위원들이라도 충분히 이를 반영해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가 임금을 올려 성장을 이끄는 정책적 수단이 아니라 생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봉급을 받는 열악한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라는 근본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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