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변’·‘우리법’ 출신 대법관 제청… 균형 잃은 ‘코드 인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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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은 다음 달 2일 퇴임하는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 후임으로 어제 김선수 변호사와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의 임명을 제청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이고 노정희 관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11월 처음 행사한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 제청과 비교하면 ‘코드 인사’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김 변호사는 27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하고도 판검사의 길을 가지 않고 노동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걸은 순수 변호사 출신의 첫 대법관 후보라는 의미가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에 그가 이 정부에서 대법관이 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그는 2005년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의 민정수석비서관이었을 당시 그 밑에서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냈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으로도 활동했다. 대법관이 되면 문 대통령과 3년 9개월의 임기를 함께하는 그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재판을 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의문이다.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사건에서 통진당 측 변호인단의 단장을 맡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통진당 해산에 유일한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인사를 했다가 국회 임명 동의를 받는 데 실패했다.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의 김 대법원장이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보여온 단체인 민변 출신의 문 대통령에게 민변 회장 출신인 김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을 제청한 것은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노 관장은 김 대법원장의 올 2월 인사에서 여성 법관으로서는 처음 법원도서관장에 발탁됐을 때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노 관장이 대법관이 되면 여성 대법관이 최초로 4명으로 늘고 비(非)서울대 출신도 4명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다양성은 성별이나 출신 학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성향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김 대법원장이 대법관 3명을 제청하면서 그중 2명을 우리법연구회 출신과 민변 회장 출신으로 한 것은 균형감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김 대법원장은 문 대통령 임기 중 5명의 대법관을 더 제청하게 된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사례로 한국의 특유한 제왕적 대통령으로부터 사법부를 지키기 위한 제도다. 보수 대법원장이든 진보 대법원장이든 대법관에는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이 강한 후보를 배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사회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대법원이 존속할 수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대법관#코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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