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복’이 영예롭지 못하면 안전사회 될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6일 00시 00분


코멘트
서울 은평경찰서 양성우 경위는 22년째 학교 밖을 떠도는 위기의 청소년들을 돕는 데 헌신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이면 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들을 사무실에 불러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눈다. 그의 도움으로 많은 청소년이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되었다. 어쩌다 저지른 실수로 차가운 시선을 받은 아이들이 또 다른 범죄의 길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그가 기다려주고 응원해준 덕분이다. 양 경위가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의 제7회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경찰 군인 해양경찰 소방관 등 ‘제복을 입는 공직자’(MIU·Men In Uniform)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양 경위를 비롯해 9월 강원 강릉시 석란정 화재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강릉소방서의 맏형 이영욱 지방소방경, 막내 이호현 지방소방교는 위민소방관상을 받는 등 모두 11명이 제복을 빛낸 수상자로 뽑혔다.

한국 사회는 공동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헌신한 ‘제복’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예우에 인색하다. 최근 충북 제천 화재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는커녕 일각에서 비판부터 제기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진화 과정의 문제점 여부는 철저히 따져야 하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도 없이 섣불리 비난부터 쏟아낸다면 소방관들 가슴에는 피멍이 들 수밖에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조사나 문책과 별도로 목숨을 걸고 진화와 구조에 노력한 일선 소방관들의 헌신은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제복 입은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공권력에 대한 신뢰로 직결되고, 궁극적으로 선량한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추운 연말 온 국민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이 나라를 지탱하는 사람들의 헌신적 노고가 있기 때문이다.
#양성우#가출 청소년#제복#이낙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