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빚 상환능력 평가해 가계부채 대책 차등적용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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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6월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한 달 동안 평균 0.343%포인트 올렸다. 금융당국은 27일 은행 여신 담당자들을 불러 금리 인상이 사회적 비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불붙은 금리 상승세가 대출자들에게 이자 폭탄이 될 우려가 커졌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부터 직격타를 입으면서 한계가구 부실화, 부동산 거품 붕괴,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이 2008년 말부터 금리 인하와 대규모 자산 매입으로 풀어둔 자금을 다시 회수하는 국면에서 한국만 연 1.25%의 초저금리 상태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낮은 금리 덕분에 늘어난 시중자금이 가계소비와 기업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부동산 과잉 투자 등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저금리의 취지는 이미 상당 부분 무색해졌다.

지금 한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7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40%포인트 이상 높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거치면서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에 성공한다면 빚에 짓눌렸던 소비가 되레 살아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24일 밝힌 가계부채 대책은 1400조 원 빚의 총량과 비중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일률적이고 급속도로 추진되는 양적 대책은 경제에 충격을 주고 취약계층의 고통을 키울 우려가 있다. 소득 부진으로 돈을 꼭 빌려야 하거나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 가운데 부채 상환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을 선별해서 맞춤형으로 일자리 문제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가계에는 공공부문 일자리 연계, 창업 컨설팅이나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스스로 돈을 벌어 갚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부채 상환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부족한 계층에 대한 소액장기연체채권 소각 계획도 일회성 부채 탕감으로 할 게 아니다. 개인워크아웃, 개인파산 등 기존 지원체계를 확대 개편하면 빚의 상시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시혜성 대책은 이자폭탄이 터질 시간을 늘릴 뿐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가계부채 대책#소액장기연체채권 소각 계획#시혜성 대책#이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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