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의 나무 인문학]치열한 삶이 아름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메타세쿼이아

긴 생명의 역사를 간직한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잎.
긴 생명의 역사를 간직한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잎.
치열한 삶은 생존의 조건이다. 치열하지 않고서는 결코 아름다운 삶을 만들 수 없다. 나무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단순히 꽃과 열매를 맺기 때문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낙우송(落羽松)과의 갈잎큰키나무 메타세쿼이아의 삶도 그 어떤 나무 못지않게 치열하다. 학명인 메타세쿼이아는 ‘이후’를 뜻하는 ‘메타’와 ‘세쿼이아속(屬)’을 뜻하는 ‘세쿼이아’의 합성어다. 메타세쿼이아(메타)는 은행나무 및 소철과 더불어 살아 있는 화석으로 꼽을 만큼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 중에서도 가장 긴 생명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메타의 존재와 직접 만난 기간은 고작 76년에 불과하다.

메타의 이름에는 놀라운 비밀의 역사가 숨어 있다. 인류는 1941년 쓰촨(四川)성 옛 쿠이저우(夔州)부 완(萬)현에 위치한 양쯔강 상류 지류 모다오시(磨刀溪), 즉 모다오 계곡에서 35m의 메타를 발견하기 전까지 메타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동안 메타는 지구상에서 사라진 나무였기 때문이다. 메타는 아주 길고 긴 시간 동안 인간과 마주하지 않은 채 홀로 살아남았다. 그래서 메타는 단숨에 낙우송과의 늘푸른큰키나무 세쿼이아 ‘이후’의 위대한 나무로 인정받았다. 사람들은 메타를 죽은 자식이 살아서 돌아온 듯 반기면서 사랑한다. 전국에는 전남 담양과 경남 창원을 비롯해서 아름다운 메타 가로수가 적지 않다.

메타는 부모인 낙우송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래서 메타의 잎은 새의 깃처럼 생겼으며 열매는 작은 솔방울을 닮았다. 두 나무를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잎이다. 메타의 잎은 짝수로 끝나는 반면 낙우송의 잎은 홀수로 끝난다.

메타의 가장 큰 매력은 부드러운 잎이다. 메타의 잎이 부드러운 것은 메타를 중국에서 ‘물을 좋아하는 삼나무’, 즉 수삼(水杉)이라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 물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을에 노랗게 물드는 잎은 메타의 또 다른 반전 매력이다. 잎이 떨어진 메타를 살포시 안고서 고개를 들면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초봄에 메타 주변에 떨어진 노란 수꽃을 본 사람은 열매를 훨씬 사랑스럽게 바라볼 것이다. 메타는 빨리 자라는 속성수라서 높이 자라면 균형을 잡기 위해 판근(板根)을 만든다. 판근이 생기면 메타의 밑동에는 점차 깊은 골이 생긴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낙우송#갈잎큰키나무#메타세쿼이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