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화할 때 아니라는 美日…한국이 對北공조 균열 내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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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무역업체가 평양에 명품매장을 운영하며 사치품을 팔고 있다는 어제 동아일보 보도는 충격적이다. 미국의 북한 뉴스 전문 사이트인 ‘NK뉴스’의 ‘NK프로’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대북 사치품 수출 금지 제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선 미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 원유 공급 차단 등 고강도 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를 통과해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17일 북한에 군사 및 적십자 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미국과 일본은 즉각 부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간) 한국의 대북 제안과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 반응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답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도 “지금은 (대화 아닌) 압력을 가할 때”라며 “한미일 소통과 연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백악관의 논평이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니 납득되지 않는다.

미국이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로 북핵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데 비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와 제재 병행’을 강조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도 지난달 방미 전부터 ‘올바른 여건하에서의 대화’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도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도록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하되 대화는 올바른 여건에서 한다’고 천명했다. 한미일 공조가 어느 때보다 강화되어야 하는 시기에 한국 정부가 미일과 충분한 교감 없이 독자 행동에 나서는 것은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해나간다”는 한미일 3개국 정상의 공동성명과도 어긋난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꿔놓겠다는 선의를 가졌다 해도 대북 공조의 균열에 앞장선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자초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8월 한미 최대의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앞둔 시기의 군사회담 제안이 한미 훈련 축소나 중단도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미국과 북한에 줄까 봐 걱정스럽다.
#대북 제재 공조#싱가포르 무역업체#남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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