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의 FTA 억지주장으로 본 미국 ‘신뢰 不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5일 00시 00분


코멘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프랑스행 기내 간담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우리는 어제부로 한국과 재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정부에 FTA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한에서 쓴 용어는 개정 및 수정을 위한 ‘후속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 이어 한미 FTA가 ‘끔찍한 거래’라며 ‘재협상’을 못 박은 것이다.

트럼프의 말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한국을 보호하고 있지만 무역에서 한 해에 400억 달러를 잃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USTR가 밝힌 지난해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는 276억 달러다. 또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미 FTA는 5년 협정이라고 했고 지금은 연장 기간”이라고 했다. 한미 FTA는 만료 시한 없이 5년 후 점검(review)할 수 있는 조항이 있을 뿐이다. 심지어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중국) 국경 너머로 5000만 명이 몰려오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북한 정권 붕괴에 따른 탈북 사태를 의미하지만 트럼프는 남한 인구(5000만 명)와 북한 인구(2500만 명)를 혼동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국의 국익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선 동맹국이든 패권을 다투는 경쟁국가든 상관없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모습은 걱정스럽다. 그는 “중국 외에 여러 나라가 철강을 덤핑 수출해 미국이 ‘쓰레기장’이 됐다”며 한국과 중국을 같은 반열에 놓고 수입할당제와 관세조치를 쓸 작정임을 시사했다. 그러니 미국 퓨리서치가 2∼5월 37개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6%의 세계시민이 “트럼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한 것이다.

분명한 점은 한미 FTA를 재협상에 가까울 만큼 밀어붙여 자유주의적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들어 놓는 것이 트럼프의 속내라는 사실이다. 한미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FTA 관련 대처 방안을 정교하게 마련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도널드 트럼프#한미 fta#미국 우선주의#한미 fta 재협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