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노사정委에 미루지 말고 노동개혁 주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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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절박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비정규직 등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노사정위원회를 조속히 복원해 국민이 기대하는 대타협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휴가 이후 첫 국무회의에서 노동개혁을 유독 강조한 것은 무엇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올가을 정기국회를 넘기면 내년에는 총선이고, 다음 해는 대선이다. 자칫 시간을 끌다 기득권 집단이나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면 표 계산에 능한 국회의원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맹탕’으로 끝낼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노사정위만 복원된다고 해서 대통령 발언처럼 노동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작년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토론회에서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과보호된 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사의 협상에 노동시장 개혁 전반의 의제 설정을 일임할 경우 취약계층의 이해가 배제될 위험이 높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도 “정부가 타협하고 양보하라, 상생하라고 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대타협만 기다리다가는 개혁의 적기(適期)를 놓칠 우려가 크다.

박 대통령은 “청년실업의 벽은 정부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노동개혁에서 정부의 강한 리더십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3년 독일의 노동개혁을 이끈 페터 하르츠 전 노동개혁위원장도 최근 방한해서 개혁 성공의 비결을 “정부가 많은 반대에도 일관되게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핀란드의 유하 시필레 총리는 최근 핀란드 최대 노조인 SAK에 “이달 말까지 노동비용 5% 축소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6월 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내놨으나 임금피크제 도입 방안 등 핵심 쟁점은 빠졌다. 정부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공무원과 공공기관부터 적용함으로써 국민 여론을 설득하고 노사의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 전면에 대통령이 서야 한다. 6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는 이를 위한 박 대통령의 굳은 의지가 천명되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조직화된 노동계 표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보고 가야 한다.
#박근혜#노동개혁#노사정위#페터 하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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