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르스 대형사고 치고도 ‘승진 잔치’ 궁리하는 복지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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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그제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에서 “감염병 대처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질본)의 독립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질본을 복지부 외청(外廳)으로 만들거나 질본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질본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발생 2위 국가의 수치와 고통을 국민들에게 안겼다. 소비 부진과 관광객 감소 등 유형무형의 경제적 손실과 국가 이미지 실추를 부른 주역이다. 아직 메르스 종식 선언도 나오지 않은 마당에 ‘승진’이나 ‘조직 확대’ 얘기를 꺼내는 복지부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질본 확대를 거론하기에 앞서 메르스 사태의 전 과정을 냉정하게 복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메르스가 확산되는 동안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명확한 분석과 진단을 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있다. 메르스 확산의 결정적 요인은 질본이 평택성모병원의 1번 환자에 대한 격리 범위를 ‘같은 병실’로 너무 좁게 잡은 데 있다. 1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으로 옮아온 뒤 의사가 검사를 요청했을 때도 질본은 거부했다가 환자 가족들이 “정부에 있는 친인척에게 알리겠다”고 위협하자 그때서야 검사를 했다. 최종 의사결정자의 무능과 질본을 비롯한 공무원 조직 전반의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가 더해져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불량식품 등 4대 악(惡) 근절 차원에서 복지부 산하의 식품의약품안전청을 국무총리실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확대 개편했으나 ‘가짜 백수오’를 막지 못했다. 관료 사회의 ‘조직 확대’ 본능은 전부터 고질병이다. 복지부가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도 시원치 않을 시점에 정부는 다시 조직 확대를 들고 나왔다. 질본의 규모나 책임자 지위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만 못해서 메르스 대응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조직의 몸집 불리기만으로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없다.

문 장관은 메르스 부실 대응의 가장 큰 책임자다. 이미 신뢰를 잃은 장관이 질본 확대를 언급하는 것은 더더욱 맞지 않다. 질본 내부를 수술하지 않고 키우기만 한다면 공무원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뿐이다.
#메르스#대형사고#승진 잔치#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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