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승만 오보 내보낸 KBS 편드는 사람들 누군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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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왜곡보도 논란을 빚은 ‘이승만, 일본 망명 타진’설을 뉴스로 내보낸 보도 책임자 4명을 그제 보직 해임했다. KBS 보도국은 지난달 24일 ‘뉴스9’에서 ‘이승만 정부가 6·25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일본에 망명을 타진했다’는 내용을 방송했고, 다음 날 디지털뉴스국은 이 기사를 ‘전쟁통에 지도자는 망명 시도…선조와 이승만’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이는 역사적 사실과도 거리가 멀뿐더러 20년 전 일본의 극우신문도 유사한 기사를 실었다가 근거 없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기자협회는 “부당한 인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KBS는 “징계성 아닌 통상적 인사”라고 하지만 국민의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오보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BS공영노조는 “한국이나 일본 정부의 공식 기록이 아닌 일본의 지방 현(縣) 기록에 의존한 오보”라며 “더욱이 취재기자는 원문에도 없는 ‘6월 27일’이란 날짜를 자막에 끼워 넣어 전쟁 초기 정부와 대통령의 도덕적 문제점까지 부각시키는 조작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일(反日) 성향이 강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일본 망명을 시도했다는 것은 상식에도 배치된다.

‘역대 최악의 왜곡보도 중 하나’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KBS 이사회가 8일 이 문제를 논의하려 했는데도 야당 추천 이사들이 안건 상정부터 막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보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이들은 주장하지만 방송법 제49조 ‘이사회의 기능’ 1항 1호는 ‘공사가 행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에 관해 심의 의결하도록 명시돼 있다.

19일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50주기다. 한 인물의 평가는 다양한 관점과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KBS는 지난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관련 편향 보도에 이어 이번에는 보편적인 국민의 역사 인식과 어긋난 보도로 신뢰를 떨어뜨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부의 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의문이다. 위험 수위를 넘긴 편파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조직 운영과 저널리즘 측면에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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