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가 노동개혁 주도 못하면 청년실업 해결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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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어제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려면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한 것은 맞다. 정규직을 과보호하다 보니 기업은 신규채용을 꺼리고 젊은층 사이에선 ‘청년 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집장만 인간관계를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 유행한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1.1%로 15년 7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그러나 경제 수장(首長)이 남의 말 하듯 자율적 타협만 강조해서야 노사정위 활동시한인 3월 말까지 개혁안이 국회에 제출될지 의문이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 등 노동개혁은 정부의 강한 리더십이 있어 가능했다. 노사정위 공익위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도 “노사 합의에만 매달리면 개혁은 부지하세월이 되면서 결국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청년 고급 인력의 해외 진출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며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말했다. 그 순간 웃음이 터졌다지만 청년들은 웃지 못할 것이다. 정부가 ‘방안’을 마련하고 ‘대책’을 내놓아도 관료들의 책상머리 발표로 끝날 뿐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판에 “중동 가라”는 식은 무책임하다.

정부가 2009년부터 5년간 ‘청년 일자리 사업’에 7조361억 원을 투자했지만 41개 청년 일자리 사업에는 중장년이 더 많이 참여한 사실이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보건의료 관광 같은 서비스업에 많은데 정부의 서비스업 규제 완화 방침은 거꾸로 갔다. 꼭 1년 전 박 대통령은 7시간의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도 큰 죄악”이라며 유망 서비스업 집중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를 다짐했으나 관련 규제는 되레 345개(15.7%)나 늘었다. 박 대통령과 최 부총리는 청년실업 대책을 놓고 말의 성찬을 벌일 게 아니라, 정권의 명운을 걸고 노동개혁을 주도해 성과를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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