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베세토 컨센서스를 위하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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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용 전 주일 대사·서울신학대 석좌교수
최상용 전 주일 대사·서울신학대 석좌교수
얼마 전 일본의 지도급 인사로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본 방문 중 와세다대에서 ‘서울시의 새로운 소통 시정과 도시 외교’를 주제로 한 강연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박 시장이 “서울 도쿄 베이징 등 세 도시가 ‘새로운 베세토(new BESETO)’ 트라이앵글을 구축해 동아시아의 영구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현장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평소 대한민국과 동북아시아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선 3국 간 전략적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수없이 피력해 온 필자로서는 박 시장의 제안이 반갑기도 하고, 반드시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중일 3국은 아픈 과거사와 서로 다른 역사 인식, 첨예하게 대립하는 영토 문제 등 당장은 풀기 어려운 숙제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선 전통적 방식의 국가 간 외교보단 복잡한 이해를 넘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류가 가능한 도시 외교·민간외교가 새로운 전략적 대안으로 떠오른다. 오랜 기간 한중일 지역 협력과 동아시아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해 온 나의 경험으로 볼 때 한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 ‘local to local, people to people’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베세토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실현 가능한 3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먼저, 3개 도시 모두에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의제 발굴과 ‘베세토 컨센서스’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그 분야는 정치적 쟁점이 아닌, 인류의 재앙으로 등장한 기후변화와 고령화 문제, 가까운 이웃 도시들이라는 특성을 반영한 관광과 경제협력 등이 돼야 할 것이다. 둘째,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베세토 사무국’ 형태의 상시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추진할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세 도시 수장이 바뀌더라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속 가능성을 띠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도 세 도시 시장·지사의 리더십과 열정, 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베세토 간 도시 외교 활동도 현 시장·지사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베세토가 신중하고 치밀한 준비를 거쳐 성공적 결실을 거두길 온 맘으로 응원한다. 내년이나 내후년쯤엔 서울 베이징 도쿄가 공동으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서울광장에서, 톈안먼 광장에서, 도쿄돔에서 한중일 3개국의 화합과 공동 번영을 알리는 베세토 오케스트라의 흥겨운 공연이 열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베세토 패키지 관광 티켓을 끊어 한강에서, 만리장성에서, 도쿄타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상상도 해 본다. 이러한 새로운 베세토 성공 모델이 만들어지면 베세토 컨센서스로 발전해 향후 한중일 공동발전은 물론 미래의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평화와 인류의 번영에 이바지하는 날도 올 것으로 기대한다.

최상용 전 주일 대사·서울신학대 석좌교수
#베세토 컨센서스#오케스트라#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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