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학·군인연금 개혁’ 하루 만에 뒤집은 정부, 국민 우롱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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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제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공무원연금에 이어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학연금은 내년 6월, 군인연금은 내년 10월에 개혁안을 내놓는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그러다 하루 만에 사학·군인연금 개편을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어제 “내년 경제정책방향 참고자료에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의 개혁안이 포함돼 있으나 정부의 결정된 입장이 아니다”라고 발을 뺐다. 정부가 공식 발표 다음 날 이런 식으로 뒤집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기재부는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편은 관계부처 실무자 사이의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면서 ‘실무자의 실수’로 돌리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새누리당에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까지 하면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며 정부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고 보아야 한다. 어제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이 정부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골병이 들 지경”이라며 “반드시 문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 개혁보다 더 시급한 과제이고, 세 가지 연금 개혁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학연금은 사립학교 교직원이 가입 대상이라는 점만 다를 뿐 공무원연금과 성격이 같다. 군인연금은 국가를 지키는 군인이라는 특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역시 개혁의 무풍(無風)지대에 놓아둘 수는 없다.

정부가 개편안의 일정까지 내놓았다가 여당의 반발에 부닥치자 발표 다음 날 부랴부랴 번복한 것은 정부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고 개혁의 추진동력을 스스로 상실하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노동과 금융, 연금, 교육, 주택, 공공기관 개혁을 해결하는 것은 이 시대 우리의 사명이자 운명이고 팔자”라고 강조했지만 정부 여당의 행태에서는 그런 각오도 찾기 어렵다.

연금 개혁은 국가 장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들의 기득권을 건드리는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일일수록 과감하면서도 정교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 만에 정책 번복을 하는 정부가 연금 개혁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역량을 갖췄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사학#군인#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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