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갈매기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손진호 어문기자
손진호 어문기자
“여러분들은 지금껏 어떤 갈매기살을 드셨습니까.”

한 달 전쯤 채널A 먹거리X파일이 내장갈매기살로 불리는 ‘토시살’이 둔갑한 ‘갈매기살’의 실체를 밝히며 던진 질문이다. 갈매기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이 목 놓아 부르는 ‘부산갈매기’와는 눈곱만큼도 관계가 없다.

갈매기살은 돼지 배 속을 가로로 막고 있는 부위의 살이다.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고 맛이 담백하다. 양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지만 값이 적당해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다. 소의 같은 부위는 안창살이라고 한다. 같은 부위인데도 소냐, 돼지냐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니 재미있다.

갈매기살은 가로막살이라고도 한다. 이 말이 가로마기살, 가로매기살을 거쳐 갈매기살이 된 것이다(조항범·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토시살은 갈매기살의 일종이지만 내장 쪽에 붙어 있어 값도 싸고 맛도 떨어진다.

‘배 속을 가로로 막고 있는 부위’를 한자어로는 뭐라고 할까. 횡격막인가, 횡경막인가. ‘횡격막(橫隔膜)’이 맞다. 한자 의식이 흐려지고 ‘횡경막’이라는 발음 때문에 횡경막으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쓸 때는 횡격막으로 해야 옳다.

수육도 논쟁거리. 수육은 식사 전 반주에 곁들이는 안주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수육은 무슨 고기로 만들까. 한동안 돼지고기를 수육이라 부르거나 ‘돼지고기 수육’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세를 얻었다. 당시 국어사전들이 수육을 ‘삶아 익힌 쇠고기’라고 정의하는 바람에 수육은 쇠고기만을 지칭하는 게 돼버렸다. 지금은 어떨까. ‘삶아 내어 물기를 뺀 고기’로 뜻풀이가 바뀌었다. 즉 돼지고기든 오리고기든 삶아서 익힌 고기는 모두 수육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쇠고기 수육이 대세이긴 하지만.

수육은 한자어 ‘숙육(熟肉)’이 변한 말이다. 숙육은 발음하기가 영 불편하다. 그래서 자연스레 ‘ㄱ’이 탈락해 수육이 됐다. 수육과 헷갈리기 쉬운 편육(片肉)은 또 뭘까. ‘얇게 저민 수육’이다. 침을 삼키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고기 얘기 한 가지만 더. 돼지고기에 갖은 양념을 넣어 볶은 제육볶음의 ‘제육’은 어디서 왔을까. 돼지고기를 뜻하는 한자어 ‘저육(저肉)’이 변한 말이다.

갈매기살만 전문적으로 취급한다면서 전문적으로 토시살만 파는 정육업체, 토시살을 양념해 내놓으면 손님은 모른다는 음식점 주인. 돼지도 낯을 붉힐 만큼 뻔뻔스럽다. 먹거리를 갖고 장난쳐선 안 된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갈매기살#먹거리X파일#가로막살#수육#숙육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