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진욱]세계헌법재판회의 서울총회 성공을 기원하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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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김진욱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에서 세계헌법재판회의 총회가 열린다.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 100개국에서 300여 명의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관련 국제기구 수장 등이 대거 참석한다.

헌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세계적으로 모이는 세계헌법학회라고 하면 무슨 회의인지 그 모습이 금방 상상이 간다. 하지만 ‘세계헌법재판회의’라 하니 그 성격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나라마다 헌법도 제각각이고 헌법재판제도도 상이할 터인데 학자들도 아니고 각국에서 헌법재판을 직접 담당하는 재판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고 하니 궁금증이 더 커진다.

헌법은 한 나라의 역사의 소산물로, 나라마다 다르다. 헌법재판 역시 나라마다 실정에 맞추어서 해 온 것이어서 상당히 다르다.

근대 입헌주의,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에 등장한 헌법은 기본적으로 통치 권력의 제한을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헌법재판은 재판을 통해서 헌법 규범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이런 재판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헌법재판을 주제로 실질적인 토의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과 최근 구소련의 붕괴 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신생독립국가들과 새로운 헌법들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나라들의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기본권이 보장되며 법의 지배가 확립될 수 있도록 전 세계의 헌법재판기관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그동안 재판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지혜 등을 나누는 것 또한 의미가 깊은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유럽평의회 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정식 명칭 ‘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의 주도로 2009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세계헌법재판회의 초대 총회가 열렸다. 2011년 1월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제2차 총회가 개최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임들은 비상시적으로 그때그때 열렸다. 제2차 총회 후에 세계헌법재판규약이 채택됨으로써 비로소 상설기구가 되었다. 상설조직이 된 세계헌법재판회의의 첫 번째 총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다.

세계헌법재판회의 서울총회의 주제는 ‘헌법재판과 사회통합’이다. 현재 세계는 급속한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자본과 사람의 전 세계적인 이동, 이에 따른 세대 간 인종 간 종교 간 문화 간 극심한 갈등으로 인해 전 지구적인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통합은 모든 나라에 예외 없이 절실한 화두가 되었다. 어떤 헌법이든 그 지향점은 사회통합일 수밖에 없음을 상기할 때 헌법재판을 직접 담당하는 헌법재판소장이나 대법원장 등이 한자리에 모여서 헌법재판을 통한 사회통합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이번 서울총회가 청명한 한국의 가을 날씨만큼이나 산뜻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을 기대해 본다.

김진욱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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