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외보다 국내에서 지갑 열어야 서민이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올해 6월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지출액이 17억 달러로 6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분기(4∼6월) 지출액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50억 달러로 집계됐다. 해외에서 씀씀이도 커져 2분기 1인당 평균 해외관광 지출액은 1분기보다 16% 늘었다. 7월과 8월에도 해외여행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연간 해외 관광객 수와 지출액은 작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장기 불황 속에서도 해외여행 지출이 급증한 것은 원화 강세로 외국에서 우리 돈의 가치가 높아진 데다 5월 초 징검다리 연휴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한국관광공사는 분석했다. 또한 2분기에는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자숙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국내에서 돈을 쓰기가 부담스러운 국민들이 외국으로 나간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2분기 민간 소비는 전분기보다 0.3% 감소해 작년 1분기 이후 1년 3개월 만에 뒷걸음질 쳤다. 자영업 경기와 직결되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도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여유계층이 국내에서 돈을 쓰지 않으면 서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눈을 찌푸릴 정도가 아니라면 소비활동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절실하다. 주머니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국내 소비를 북돋울 필요가 있다. ‘세월호 충격’은 국가적 비극이지만 우울한 사회 분위기가 경제의 발목을 계속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이달 중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기업소득 환류와 가계소득 확대를 통한 내수 활성화 정책에 이어 서비스업 육성을 다음번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비자발급 완화, 외국 교육기관과 병원의 국내 진출 규제 완화 등이 거론된다.

한국 제조업의 성장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교육 의료 관광 소프트웨어 등 고급 서비스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혁파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일자리 및 소득 창출을 위해 절실한 일이다. 정부는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국회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민생 정치’ 차원에서 법안 통과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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