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기아차, 이 엄중한 경제현실에 또 파업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일 03시 00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회사와의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그제와 어제 중앙노동위원회에 각각 쟁의조정 신청을 냈다. 열흘 동안의 조정기간이 있지만 노사 간 견해차가 워낙 커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오늘부터 주말을 포함해 9일간의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노조는 휴가비까지 챙긴 긴 휴가를 즐긴 뒤 이달 중순 조합원 찬반 투표에 돌입하는 등 본격적인 파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이 높은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최근에는 다소 달라졌다고 하지만 과거에는 파업이 끝난 뒤 격려금 명목으로 파업 기간 중 못 받은 임금까지 챙겨 받는 일도 많았다. 올해는 임금 인상률 외에도 통상임금 확대 문제로 노사 간 시각차가 뚜렷하다. 노조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한국GM처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현대·기아차의 상여금 구조는 한국GM과 다르고, 현대차 노조가 낸 통상임금 관련 1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가 합법적 절차를 밟아 쟁의행위에 들어간다면 그 자체를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른 회사와 비교해 통상임금 문제를 밀어붙이고, 노조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은 지나치다. 안 그래도 올해 2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4% 줄었고 기아차는 31.7%나 급락했다.

한국 자동차업계의 최대 경쟁자인 일본은 사정이 딴판이다. 미쓰비시자동차의 순이익은 70% 이상 급증했고, 도요타 혼다 닛산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미국과 중국 자동차업계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자칫하면 세계 자동차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한국이 추락할 위험성이 작지 않은 엄중한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2009∼2011년 3년을 빼고 1987년 이후 매년 파업을 벌였다. 기아차 노조도 비슷하다. 일본 자동차 노조들은 회사 실적이 좋을 때도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했고 더구나 파업은 꿈도 꾸지 않는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몇 년간 국내보다 해외투자와 고용을 늘린 결정적 원인도 ‘노동귀족’들이 장악한 경직된 노조 권력 때문에 생산 코스트가 높아지고 노동 유연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노조가 세계 자동차업계의 흐름을 못 읽고 고질적인 강경 투쟁을 고집한다면 공장과 일자리의 해외 탈출은 가속화하고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자동차#기아#노조#임금협상#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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