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진룡 서남수 장관 면직이 그리도 급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면직을 통보했다. 면직 통보는 새 장관이 임명되기 직전에 물러날 장관에게 알리는 일종의 행정절차로 통상 비공개로 하는 것이 관례다. 교육부의 경우 후임자가 정해지기는 했으나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새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결정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장관들을 면직시키고 그 사실을 서둘러 공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해당 장관들이 피로를 호소하며 면직 재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각 발표(6월 13일) 이후 한 달 이상이 지나기는 했지만 장관직은 피곤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그만둘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장관 교체 때 새 장관의 취임 전날까지 전임 장관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은 국정의 공백과 차질을 막기 위해서다. 공기업체 임원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임기가 연장된다. 그런데도 해당 장관들이 면직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재가했다니 어떻게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문체부는 정성근 장관 후보자가 임명될 듯하다가 갑자기 자진 사퇴한 데다 유 장관마저 면직되자 동요가 심하다. 장관대행 1순위인 제1차관은 한국체육대 총장직 지원을 위해 15일 사표를 냈고, 후임 장관은 언제 임명될지 알 수 없다. 유 장관의 면직 이유와 관련해 입바른 소리로 대통령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는 소문도 나돈다. 모두 청와대가 자초한 일이다.

청와대는 두 장관의 면직 사실은 당일 즉각 기자들에게 알렸으면서도 국민이 보기에 이보다 중요한 4개 부처 신임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임명 사실은 하루 뒤에야 발표했다. 뭔가 당당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박 대통령이 인사 내용 면에서 실패를 거듭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 절차 면에서도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국민의 걱정은 더 커진다.

정부 부처의 국장급 이상 보직과 공공기관장 자리 약 80개가 아직 공석으로 남아 있는 등 인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각 부처의 장관이 책임지고 실·국장 인사를 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청와대가 여기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박 대통령이 특히 강조하는 국정 과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박 대통령이 자신의 발밑에서, 특히 정부 인사에서부터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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